“미래통합당, 신천지에 미온 대처”… 커지는 우려

입력 2020-02-28 00:04
미래통합당이 시한부종말론을 추종하는 사이비종교집단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우려가 교계에서 나오고 있다.

발단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지난 24일 최고위원회를 마친 뒤 “특정 교단에 관해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한 발언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신천지 신도들을 중심으로 급속히 퍼지는 와중이었다. 제1야당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이 ‘신천지를 통한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탁지원 현대종교 소장은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신천지가 코로나19 전파의 주요 원인이 된 것은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라며 “제1야당 대표로서 지니는 무게감을 생각했을 때 황 대표가 타당하지 않은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래통합당에선 신천지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중국인 입국을 막지 않았다면서 문재인정부를 공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탁 소장은 “공인으로서 여러 측면을 고려한 발언이겠지만,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전도사인 황 대표가 어떻게 그런 발언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며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부터 신천지와 유착했다는 시중의 루머를 부추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루머는 미래통합당 소속인 권영진 대구시장이 신천지 신도임을 감춘 채 일하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대구 서구보건소 감염예방총괄팀장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더욱 확산되고 있다. 권 시장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는 병원 방문 사실을 늦게 신고한 소속 공무원을 해임했었다.

국회 코로나19대책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미래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신천지를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신천지를 과도하게 비난해 조사에 협조하지 않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는 “정치인들이 정말 국민을 생각한다면 정략적 판단은 제쳐두고 국민 안전만 바라봐야 한다”며 “정통교회에 잠입해 포교하는 신천지의 독특한 방식 탓에 잠정 폐쇄하는 종교시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국회가 종교계와 함께 철저한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