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천지 축소 은폐 용납해선 안 돼

입력 2020-02-28 04:0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신천지의 선의에 기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신천지가 정부와 여론의 압력에 밀려 뒤늦게 제출한 명단이 실제 신도 수보다 적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또 폐쇄 명령을 받은 시설에서 신도들이 버젓이 생활하고 있고, 제출한 시설 주소가 실제와 다른 경우도 상당수 있어서다. 확진판정을 받은 신도 중에는 신분과 동선을 숨기고 있는 사람도 많다. 그러는 사이 대구 지역만 확진환자가 1000명을 넘었고 신천지 관련자가 80%에 육박했다.

신천지는 당초 국내 신도 21만2000여명과 해외신도 3만3000여명 등 24만5000여명의 명단을 제출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전국 시설 1100곳의 주소 목록을 공개했다. 그러나 경기도만 해도 강제 조사를 벌인 결과 신천지 측이 정부에 제공한 명단보다 1974명이 더 많았다고 밝혔다. 마침 신천지로부터 피해를 본 사람들의 모임인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가 신천지 교주 이만희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신천지가 집회장과 신도 숫자를 축소해 알렸으며, 조직 보호와 정체가 밝혀지는 데 대한 두려움 때문에 역학조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이유다. 전피연은 신천지가 위장교회와 비밀센터 429곳, 중요 인사 명단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천지가 겉으로는 협조한다지만 뒤에서는 신도들에게 거짓 행동요령을 배포하고 있고, 신도들은 신분을 숨기기에 급급하다는 전피연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정부는 신천지가 한동안 거부하다 뒤늦게 제출한 교육생 명단 6만5000여명에 대해서도 철저한 확인을 해야 한다. 검찰 수사도 조속히 진행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경기 과천 신천지 본부 총회 사무실,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 지파를 설립하고 관할하는 부산 야고보지파 본부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신천지가 우한에서 활동했다는 야고보지파장의 발언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는 등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신천지가 지난해 12월까지 중국 우한시에서 모임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우한에서 활동했던 신천지 신도들이 지난 1월 국내에 들어와 코로나를 확산시켰을 가능성이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우한에서 국내로 입국한 국민을 전수조사했으나 대구시 조사 대상 35명 가운데 7명이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력을 동원해 이들의 소재도 파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