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뚫리고 남미 위기…‘코로나 대유행’ 가시화

입력 2020-02-27 04:08
스페인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폐쇄한 호텔에서 손님들이 25일 발코니에 나와 있다. 스페인은 이 호텔에 머물던 이탈리아 의사가 코로나19 양성반응을 보이자 호텔 폐쇄를 결정했다. 이 호텔에는 관광객 1000여명이 갇혀 있는 것는 것으로 알려졌다.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면서 세계적 대유행, 즉 ‘판데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과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외에도 이탈리아발 유럽·아프리카·남미 확산, 이란발 중동 확산이 급속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감염자가 확인된 국가 및 지역은 26일 오후 4시30분(한국시간) 현재 41곳이다.

상대적으로 안전했던 유럽 국가들은 이탈리아발 확진자가 속속 나오자 비상이 걸렸다. 크로아티아, 스위스, 오스트리아, 스페인 본토에서 첫 확진자가 나왔고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확진자가 늘었다.

유럽에서는 이탈리아에 다녀오거나, 이탈리아에서 온 사람들에게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크로아티아에서는 이탈리아 밀라노를 여행한 젊은 남성이 양성반응을 보였다. 오스트리아에서는 24세 이탈리아인 남녀 2명이 감염됐고, 이 중 한 명이 일하는 호텔이 폐쇄됐다.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댄 스위스에서는 70세 남성이 밀라노 여행을 다녀온 뒤 양성반응을 보여 격리됐다. 스페인 본토에서도 이탈리아를 여행한 여성이 최초 확진자가 됐다.

25일 첫 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크로아티아에서 보건 담당자가 방역복을 입고 이동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감염자가 확산하자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프랑스, 독일 등 인근 국가 보건장관들은 로마에서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회의에 나서 공동대응을 약속했다.

이집트에 이어 알제리에서도 확진자가 처음 발생하면서 아프리카 확산도 우려할 상황이 됐다. BBC, 블룸버그 등은 이날 알제리 보건장관이 국영TV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확진자는 지난 17일 알제리에 입국한 이탈리아 남성으로 현재 격리 중이다.

아직까지 감염자가 없던 중남미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26일(현지시간)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브라질 정부의 검사 결과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앞서 브라질 보건부는 최근 이탈리아를 다녀온 61세 남성이 상파울루의 한 병원에서 1차 검사를 한 결과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나타내면서 2차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날 밝혔다. 브라질 확진 사례가 사실이라면 극지방을 제외한 전 세계 6개 대륙에서 모두 확진자가 나온 셈이 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5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인한 판데믹에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내놨다. CDC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의 낸시 메소니에 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판데믹의 3가지 요건 중 2가지 기준에 이미 들어섰다고 밝혔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2가지 요건은 ‘사망 가능성이 있는 질병 유발’ ‘사람 간 감염 가능성’이다. 메소니에 국장은 “많은 국가에서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이 확인되고 있다”며 “세 번째 기준인 ‘바이러스의 전 세계적 확산’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미국도 지역사회 전파를 보게 될 것이라며 “이 사태가 일어날지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일어날 것이냐의 문제”라고 단언했다. 미국에선 이날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귀국자 중 4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누적 확진자가 57명으로 늘었다.

마크 립시츠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전염병역학센터 교수도 트위터에 “이미 판데믹이거나 그렇게 될 거란 증거가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급격히 감염자가 증가하는 한국과 이란, 이탈리아 등을 사례로 꼽았다. 그러면서 통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전 세계 성인의 40~70%가 감염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권중혁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