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은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의 재입찰 경쟁 구도는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2파전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지난해 불법 홍보 행위로 정부와 조합으로부터 철퇴를 맞은 GS건설은 몸을 사리고 있다.
총 사업비 7조원에 달하는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은 한남동 686번지 일대 38만6395.5㎡ 부지를 대상으로 분양 4940가구, 임대 876가구 등 총 5816가구를 짓는 대규모 사업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은 이달 초 시공사 재선정 방침을 확정했다. 입찰 참여 건설사 설명회는 4월 16일로 예정돼 있으며, 최종 시공사 선정은 4월 26일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진행에 있어 시공사 선정 과정 상 위법성을 확인하고,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GS건설·대림산업 등 3개 건설사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최근 검찰은 이들 건설사에 대한 불기소 방침을 정했다.
건설사들은 저마다의 강점을 내세워 다시 한 번 홍보활동 불을 지피고 있다. 현대건설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초미세먼지가 화두에 오른 만큼 세대용 환기시스템인 ‘H클린알파2.0’을 한남3구역에 첫 적용한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높은 기술력을 앞세운 것이다.
대림산업은 ‘단지 가치 극대화’를 핵심 가치로 삼겠다고 밝혔다. 주거의 본질에 상품 구성과 브랜드 가치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대림산업은 자사의 고급 아파트 브랜드인 ‘아크로’를 리뉴얼하고, 주택전시관을 마련해 “한남3구역에도 리뉴얼된 아크로 브랜드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와 함께 준법 수주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대림산업 측은 “당장 눈앞의 수주를 위해 조합원을 현혹할 수 있는 일시적인 제안은 과감하게 배제할 것을 준비 중”이라며 “준법 수주에 앞장서고, 최상의 상품 제안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GS건설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GS건설은 지난해 11월 자사가 고용한 외주홍보업체(OS) 직원들이 조합원들에게 현금과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GS건설의 외주 홍보직원 2명이 일부 조합원에게 현금 300만원이 든 봉투를 시공사 홍보 책자에 넣어 제공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또 고가의 식사나 과일 바구니 등의 향응을 일부 조합원들에게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조합원은 GS건설의 OS요원이 조합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도용해 SNS에 GS건설을 칭찬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GS건설은 외주홍보업체 활동, 조합 대상 사전·개별 홍보활동을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입찰에 참여했던 3사가 모두 재입찰 참가를 예고한 가운데 서울시는 최근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과정에서 불공정·과열 경쟁을 바로잡기 위해 입찰 전 단계에 전문가를 파견하는 공공지원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모니터링·지원반 운영상황은 정부와 공유되며 필요 시 합동점검도 이뤄진다. 지원반은 변호사, 건축기술자 등의 전문가와 관계공무원으로 구성된다.
류훈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 입찰과정이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강화해 건설사들의 불공정행위를 척결할 것”이라며 “주거환경개선이라는 정비사업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불공정행위 적발 시 입찰무효, 수사의뢰 같은 엄중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예고했다.
안세진 쿠키뉴스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