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입국제한… “때 놓쳤다” “지금이라도”

입력 2020-02-27 04:07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 “감염학회에서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금지는 추천하지 않았다”고 말해 진위 논란이 불거졌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에 대한 전면 입국 금지 조치가 필요한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감염학회에서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금지는 추천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발언 진위 여부도 논란에 휩싸였다.

관련 논란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중국의 눈치를 보다가 입국 제한의 골든타임을 놓쳤나’를 묻는 정부 책임론과 ‘지금이라도 전면 제한 조치가 필요한가’다.

대한감염학회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감염학회는 지난 2일 ‘후베이성 외의 중국 다른 지역도 입국 제한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정부에 전달했다”며 “박 장관이 국회에서 왜 그렇게 말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감염학회는 지난달 말 일본 등 제3의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잇따라 확진되자 지난 1~2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입국 제한 조치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지만 중국 등 다수의 위험 지역에 대해 입국 제한이 필요하다는 합의안을 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박 장관의 발언과 반대되는 내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박 장관은 이날 ‘대한의사협회의 7차례에 걸친 중국 전역 입국 제한 조치 건의를 왜 받아들이지 않았냐’는 질의에 “의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의사협회보다 감염학회가 더 권위가 있고 전문적”이라며 “감염학회에서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금지를 추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부가 중국 입국 제한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게 의료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전병율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대구 집단발병은 돌발적인 사건이고 더 우려가 되는 건 이미 중국 등 해외 오염 지역에서 상당히 많은 인구가 국내에 들어와 있다는 점”이라며 “무증상이나 경증 상태에서도 바이러스를 뿜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이 국내에 들어온 이상 감염 확산 속도를 늦추기 힘들게 됐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예방의학과 교수도 “미국, 호주 등 중국 입국 제한을 선제적으로 한 국가들은 코로나19 환자가 적지 않냐”며 “이달 초 중국 후베이성을 막을 때라도 늦었지만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조치를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조치가 필요한지에 대해선 의료계 의견이 갈린다. 다만 ‘이미 바이러스 유입 단계는 지났기 때문에 해당 조치는 무의미하다’는 의견에 좀 더 무게가 쏠린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이미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기 때문에 국경 폐쇄보다는 선제적 확진자 선별과 중증환자 치료 등 피해 최소화 전략에 힘을 쏟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반면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곧 유입될 중국 유학생들도 큰 변수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수준의 입국 제한 조치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중국을 전면 입국 금지하더라도 입국자의 절반은 내국인이어서 코로나19 유입을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지금은 초기 바이러스 차단에 집중하는 ‘봉쇄전략’보다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완화전략’에 더 무게를 둬야 할 때”라며 “이런 상황에서의 입국 제한 조치는 실효성이 낮아 외교적 비용 등과 비교했을 때 실익이 낮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