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일반 기업에 이어 금융기관, 지자체들도 속속 재택근무 지침을 내린 상황이다. 강제로 ‘집사원’(재택근무하는 직장인)이 된 이들은 출퇴근을 하지 않는 데 안도하면서도 일에 집중하기 힘든 상황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서버 접속이 원활하지 않은 등 환경 미비로 고생하는 경우도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A씨(41·여)는 자영업에 종사하는 남편 대신 혼자 자녀를 돌보며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그는 26일 “애들을 돌보고 집안일까지 하고 업무를 하다 보니 무척 힘들다”고 했다. 중학교 2학년과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 둘을 둔 그는 “끼니때가 되면 아이들 밥 차려주고 ‘밥 먹으라’고 열 번 소리치고 설거지하고 다시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집안일을 중간중간에 하면서 업무를 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집중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도 출근보다는 재택근무가 훨씬 낫다고 느낀다. A씨는 “아이들 학교는 휴교했고 학원도 모두 휴원했다”며 “아이들이 집에 그냥 방치되는 것보다는 내가 종일 애들과 싸우면서라도 일을 할 수 있어 다행스럽다”고 했다.
은행 본사에서 대출 업무를 하는 B씨(46)는 이날부터 재택근무를 하라는 지침을 받았다. 그런데 오전 내내 집에 있는 노트북으로 회사 서버에 접속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전산실에서는 데스크톱 사용을 권했다. 그는 여기저기 전화해 데스크톱을 빌릴 수 있는지 알아보느라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B씨는 “회사에서는 당장 오늘부터 재택근무를 하라고 했는데 막상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빨리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곧 해결될 수 있는 건지 알 수 없다”며 답답해했다. 두 돌이 채 안 된 아기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 C씨(43)는 “집에서는 일하기 힘들어 카페에 나왔다. 아내도 일을 해야 하니까 내일은 내가 집에서 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 핵심 인력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도록 재택근무를 허용했다고 이날 밝혔다. 현재 대다수 금융사와 금융 공공기관이 재택근무 및 대체 근무지 활용 등의 비상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부 사업장이 폐쇄된다고 해도 업무 처리에 지장이 없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KB국민은행은 전산센터를 서울 여의도와 경기도 김포로 이원화했고, 정보기술(IT) 부문과 자본시장본부 등은 직원 분리 근무를 시행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정보통신기술(ICT) 업무별 핵심 인력 등을 서울, 경기도 각 지역에 있는 대체 사업장에 분산 배치했다. 서울시청과 산하기관 공무원 1만여명도 재택근무를 한다. 서울시는 ‘1주일 통 재택근무’를 허용키로 했다. 기존 재택근무 최대치는 주 4일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최대 기간을 주 5일로 늘렸다. 출근이 어렵거나 육아 공백이 생기는 직원들이 대상이다.
강주화 양민철 오주환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