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항공기를 타고 베트남 다낭으로 갔다가 병원에 격리됐던 한국인 탑승객 20명 중 18명이 이틀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대구에서 왔다는 이유로 격리된 이들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공항에서 곧바로 셔틀버스를 타야 했고,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자물쇠로 문이 잠겼다”고 26일 밝혔다.
지난 24일 베트남의 병원에 격리됐던 대학생 우모(23)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항공기에서 내리자 바로 여권을 수거해갔고, 우리에게 소독약을 뿌렸다”며 “이동하면서 영어로 어디로 가는지 물어봐도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씨는 “병원에 도착해 문을 자물쇠로 잠그는 것을 보고 ‘격리당하겠구나’ 생각했다. 2층짜리 병원의 앞문과 뒷문 모두 폐쇄됐다”고 했다.
당시 병원 측에선 한국인 탑승객들에게 모두 2주간 격리 조치돼야 한다고 알렸다. 우씨는 “병원장이라는 사람이 ‘2주간 격리에 들어가야 한다. 병실 중 아무 곳에서 쉬고 있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항공기 내 코로나19 증상을 보인 사람이 있었는지 묻는 말에는 “병원장은 탑승객 중 4명이 발열 증상이 있다고만 설명했다”고 했다. 영사관은 탑승객들이 배고프다고 하자 빵을 제공했고, 병원에 도착한 지 9시간 지난 뒤 도시락을 나눠줬다.
일부 베트남 언론은 한국인 탑승객들이 호텔에서 머물 것을 요청했다는 이유로 과분한 대접을 원했다고 보도했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우씨는 말했다. 우씨는 “병원 측에서 먼저 격리 장소로 병원과 호텔 두 개의 선택지를 제시해 호텔을 택한 것”이라며 “격리 환경이 열악한 것 아니냐고 항의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 말이 와전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앞서 탑승객들은 격리된 병원이 탈의 공간도 마땅하지 않은 등 시설이 열악한 편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인 탑승객들의 귀국 과정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다. 우씨는 “격리 다음 날 영사관에서 빨리 귀국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며 안심시켰다”며 “갑작스러운 상황이었던 만큼 이해가 갔다. 영사관 관계자가 통역을 도맡는 등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