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에 집중하는 ‘트렌디한 교회’… 목마른 영혼이 길을 찾다

입력 2020-02-27 00:06
라이트하우스 방배 임형규 담임목사가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교회에서 성도들과 함께 기도하고 있다. 라이트하우스 방배는 사람 중심이 아닌 하나님 중심의 예배를 드리려 힘쓰고 있다. 라이트하우스 방배 제공

‘라이트하우스 방배’ 교회를 찾는 건 생각보다 쉬웠다. 간판 하나 없었지만, ‘소비코’라는 음향회사 지하 세미나실에서 오후 4시에 예배를 드린다는 건 알고 있었다.

교회에 들어서자 섬김이로부터 초를 하나 받았다. 이 교회만의 ‘초 밝힘’이었다. 예배를 드리기 전에 ‘주님은 세상의 빛이시며 빛이신 주님이 내 안에 임하신다’고 하는 일종의 고백 표현이었다. 짧은 기도와 함께 초에 불을 붙였다.

예배당에 들어서자 전면에 띄워진 질문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라이트하우스 방배는 매주 그날 설교 말씀과 연결되는 주제의 질문을 교인들에게 던진다. 교인들은 주어진 질문에 따라 10분 정도 묵상하고, 원하는 사람은 일어나 이를 나눈다.

전체적으로 세련된 분위기 속에 이 모든 순서가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라이트하우스 방배 임형규 담임목사를 지난 14일 경기도 성남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임 목사를 라이트하우스로 이끈 홍민기 목사도 함께했다. 홍 목사는 라이트하우스 무브먼트 대표로 라이트하우스 해운대 담임목사로 있다.

-예배 준비에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임형규 목사=새롭게 하는 건 없다. 하나님 중심이라는 본질에 초점을 맞춰 예배를 준비한다. 주님께서 성경을 통해 알려주신 본질적인 것을 추구하되 문화적 코드에 관심을 두고 고민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최신 포장지를 입히지만, 포장지를 뜯어보면 그 안에 가장 오래된 것이 있다. 진리는 가장 오래전부터 와서 가장 오래가는 것이다. 여기 오면 다들 처음엔 ‘신기하다’ ‘세련되다’ 하는데 조금 지나면 ‘익숙하다’고 한다.


홍민기 목사=어떻게 하면 온전히 예배드릴 것인가, 고민을 많이 한다. 예배가 사람 중심으로 가기보다 하나님께 드려지길 원한다. 그래서 우리 예배에는 사람이 등장하는 걸 최소화한다. 찬양도 한 명이 하고 대표기도 같은 것도 없다. 인간의 빈자리를 하나님이 채우신다. 사람들 편하게 오라고 트렌디한 모습으로 꾸미는 건 있지만, 지독하게 말씀 중심, 기도 중심으로 예배를 드린다. 타협이 있을 수 없다.

-마음의 예배나 그리팅(Greeting) 등 예배순서 영향인지 더 능동적으로 예배를 드리게 된다.

임 목사=작은 교회의 힘이라 생각하는데 우린 여백이 많다. 타임테이블이 1분 단위면 사람들이 들어갈 구멍이 없다. 주도성을 갖고 예배에 참여하며 집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려 한다.

홍 목사=예배의 자리에 있는 개개인이 예배자가 돼야 한다. 많은 예배가 공동체의 전체적인 분위기 속에서 지나가 버린다. 사람들은 예배를 드렸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개인의 예배가 살아나야하고 관중이 아니라 예배자가 돼야 한다. 많은 예배의 연속을 통해 한 주를 살아가는 게 아니라 진짜 온전히 드린 한 번의 예배로도 한 주를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인들이 꽤 많다. 간판도 없어서 아는 사람만 올 수 있을 것 같다.

홍 목사=그런데도 사람들이 온다. 교회를 찾는 사람들은 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건물이 없는 대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지난주에 미국에서 가르쳤던 제자가 20여년 만에 왔는데 소비코를 검색해 잘 찾아왔다. 역으로 공간이 있으면 사람들이 오는가. 그건 또 아니다.

임 목사=맛집은 잘 찾아간다. 영적인 목마름, 공동체에 대한 갈망은 현대사회에도 동일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더 크다. 사람들이 교회를 싫어하는 게 아닌 것 같다. 교회 건물이 나타내는 특정한 이미지를 싫어한다. 우리 교회는 젊은이들이 많은 편인데 좋은 공간에서 좋은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교회 건물이 없으니 ‘힙하다’는 곳은 다 우리 모임 장소다.

홍 목사=라이트하우스 방배에는 교회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친구들이 많다. ‘모든 교회가 우리 교회 같지는 않다’고들 한다. 그 친구들은 카페에서 만나니까 온 거다. 커피 마시면서 얘기하는 게 좋아서 온다. 물론 커피만 마시지 않도록 콘텐츠는 준비해야 한다.

-라이트하우스 이름이 독특하다.

임 목사=라이트하우스는 교회 개척 운동이다. 홍 목사님이 ‘여러 곳에 크진 않지만 건강한 교회를 세우자’며 시작한 무브먼트다. 한국교회는 ‘모이는 교회’로서는 세계 제일이지만 ‘흩어지는 교회’로서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반면 초대교회는 공동체적 운동에 가까웠다. 라이트하우스 방배는 이런 공동체적 운동의 모습으로 세워졌다. 라이트(LIGHT) 각 알파벳에 의미가 있다. 우리의 방향이기도 하다. L은 로드십(Lordship)이다. 하나님만이 주인이시라는 뜻이다. I는 인스퍼레이션(Inspiration). 성령의 강한 임재를 사모하며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드린다는 의미다. G는 제너레이트(Generate). 교회는 성도를 세우고 성도는 자신이 살아가는 자리에 교회를 세운다. 성도가 교회라는 말이다. H는 호프(Hope), T는 테스터먼트(Testament)다. 지금 살아가는 자리에서부터 땅끝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이 주님의 증거가 되길 소망한다는 맘을 담았다.

홍 목사=교회는 사실 하나님이 시작해야 한다. 개척에서 문제는 사람의 생각으로 시작하는 데 있다. 또 하나 공간 준비 문제도 있다. 공간에 투자하지 않으면 개척이 쉬워진다. 목회자가 많이 내려놔야 하는 부분도 있다. 라이트하우스는 이런 생각들을 공유하며 나아가는 무브먼트다.

현재 라이트하우스 이름을 쓰는 교회는 방배를 비롯해 해운대, 미국 달라스까지 총 3곳이다. 라이트하우스 이름을 쓰진 않지만 패밀리 교회로 함께하는 곳도 2곳 있다. 홍 목사는 “라이트하우스 이름으로 묶여 있지만 각 교회는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저는 라이트하우스 무브먼트 대표로서 서로 지켜주는 역할만 할 뿐이다. 그래야 교회 개척 운동이 된다”고 말했다.

글=황인호 기자, 사진=송지수 인턴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