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의심되는 경우 발열이나 오한, 기침 등 전형적인 증상이 없더라도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노인과 중증장애인 등 건강 취약계층의 경우 조사원이 거주지를 방문해 검체를 채취할 방침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5일 시내 25개 자치구 보건소장들과 가진 영상회의에서 “코로나19 사례 정의가 지금까지 우한 방문자, 후베이성 방문자, 중국인, 의심 증상자로 확대됐는데 서울시는 ‘증상이 있건 없건 몸이 이상해서 선별 진료소로 찾아오는 사람’으로 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민간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해 보건소의 선별진료소를 24시간 운영키로 했다. 박 시장은 “공공의료기관인 보건소의 선별진료소를 강화해 의심 환자의 일반 민간 병원 접근과 그에 따른 병원 내 감염을 최소화하는 첨병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중증장애인, 노인 등 건강 취약계층의 지역감염 사례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보건소 선별 진료소 방문이 어려운 취약계층을 위한 ‘이동 검체 채취’ 서비스를 시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1339나 120, 보건소로 신고하면 이동 검체팀이 거주지를 방문해 사례정의를 확인하고 검체를 채취하게 된다.
서울 지역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발병 지역도 서울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서울시와 각 자치구에 따르면 이날 강동구와 은평구 각각 2명을 포함해 금천, 동작, 용산, 송파구에서 1명씩 총 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전날 마포구보건소에서 검사를 한 김포 거주 확진자를 포함하면 신고 지역 기준 서울 시내 확진자는 9명으로 늘었다.
특히 성도 10만명의 대형교회인 명성교회 부목사가 확진자로 판명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이 부목사가 참석한 16일 오후 예배에는 약 2000명이 참석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명성교회 측은 교회 모든 시설을 폐쇄하고 3월 1일을 포함해 당분간 주일 예배를 드리지 않기로 했다. 강동구는 “청도 장례식장 방문인원 및 상주 가족 포함 총 9명의 검체를 채취해 조사를 의뢰한 결과 부목사 A씨와 지인 선교사 자녀 B씨 등 2명의 확진자가 추가 발생했다”며 “향후 역학조사를 통해 확진자 이동 동선, 추가 접촉자 대상 등을 파악해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은평구 확진자는 재활병원에서 일하는 작업치료사와 남편을 간호했던 57세 여성이다. 송파구에서는 국립경찰병원 응급실 간호사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용산구 확진자는 유동인구가 많은 용산 LS타워 16층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LS계열사 직원이다. 금천구 1명은 지난 16일 중국 청도를 다녀온 중국인이고, 동작구 1명은 대구에서 신천지 확진자와 접촉한 62세 남성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올해 2월에 은평구 진관동 소재 은평성모병원을 방문했던 사람들에게 가까운 보건소에 연락해 코로나19 진료안내를 받으라고 공지했다. 대상은 2월 1일부터 최근까지 이 병원에 간 적이 있는 방문객이다. 은평성모병원에서는 25일까지 환자 이송요원, 입원 환자, 중국인 간병인, 입원 환자 가족 등 5명이 코로나19 확진 진단을 받았다. 방역당국은 이 병원에서 집단 감염이 일어났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입원 환자 502명 중 254명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확진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