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둥성 웨이하이(威海)시와 장쑤성 난징 등에서 한국발 항공편 승객들이 대규모로 강제 격리 조치됐다. 중국이 한국에서 온 입국자 전원을 강제 격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랴오닝성 선양시는 한국발 승객 전원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는 등 중국의 한국인 통제 조치가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 난징시 당국은 25일 오후 아시아나항공 OZ349편으로 인천공항을 출발해 난징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최소 40여명을 격리 조치했다. 당국은 이 비행기에 탄 중국인 3명이 발열 증세를 보이자 인근 좌석에 앉은 이들을 지정 호텔에 격리해 최장 14일간 머물도록 했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애초 중국 측은 전체 승객 격리를 요구하다 발열자 앞뒤 3열에 해당하는 약 70명만 격리하기로 합의했고, 100여명은 귀가했다”고 밝혔다. 격리된 한국인은 유아와 3~10세 어린이 5~6명을 포함해 최소 40여명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둥성 웨이하이시 당국은 이날 오전 10시50분(현지시간) 도착한 인천발 제주항공 7C8501편 승객 163명에 대해 전원 격리 조치했다. 이 항공편에는 한국인 19명, 중국인이 140여명과 기타 국적 승객이 타고 있었다. 웨이하이시는 승객 전원을 대상으로 검역 절차를 진행하고, 시내 지정 호텔에 14일간 격리하기로 했다.
웨이하이시는 중국판 카카오톡인 웨이신 계정을 통해 “이날부터 일본과 한국 등에서 웨이하이로 들어오는 모든 사람은 국적을 불문하고 지정 호텔에 14일간 격리한다”며 “지난 10일 이후 들어온 사람들도 연락해 건강상태를 체크할 것”이라고 밝혔다.
웨이하이시는 최근 12일간 관내에서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아 이틀 뒤면 코로나19 청정지역을 선포하고 본격적인 지역경제 활성화에 착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랴오닝성 선양시는 한국발 항공편 2편의 승객 전원에게 한국 남부지방 방문 여부를 묻고 건강신고서를 작성케 한 뒤 중국 내 지인의 신원확인을 거쳐 행선지별로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했다. 증상이 없으면 14일간 자택이나 지정 호텔에서 격리 생활을 해야 한다.
우리 교민이 많이 사는 산둥성 칭다오시도 최근 감염지역을 방문한 사람이 발열 및 호흡기 증상이 있거나 확진자와 접촉한 경우 집중 격리하겠다고 밝혔다. 시 당국은 격리나 의학적 관찰 대상 외의 모든 입국자는 14일간 자가 격리하도록 하고, 출장 등 단기 체류자는 지정 숙소에 묵도록 조치했다.
옌볜조선족자치주는 “당분간 관광지를 개방하지 않고, 한국에서 오는 팀을 포함해 단체관광객을 받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베이징에서도 단지별로 한국에서 베이징으로 돌아온 사람들에 대해 14일간 자가 격리토록 한 뒤 이상이 없을 때 단지 출입증을 발급해주는 곳이 늘고 있다.
중국 환구시보의 후시진 총편집인은 전날 자신의 웨이보에 “중국은 한국의 전염병이 역류해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며 “양국의 항공 왕래를 엄격히 제한하고, 한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사람을 14일간 격리하자”고 제안했다.
홍콩에서는 한국발 비홍콩인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에 대해 언론과 야당, 의료계가 비판하고 나섰다. 우한을 중심으로 중국 본토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할 때도 중국 접경지역 봉쇄 요구에 귀를 닫고 있던 홍콩 정부가 한국에 유독 빠르고 강력한 조치를 내리는 것은 ‘이중 잣대’라는 것이다.
홍콩 빈과일보는 이날 1면 머리기사로 ‘중국 본토인에게는 문을 활짝 열어놓던 캐리 람이 한국에 대해 문을 닫았다. 이중 잣대 비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홍콩 제1야당인 민주당은 캐리 람 행정장관의 “중국 본토인에 대한 입경 금지는 본토인을 차별하는 것”이라는 발언을 거론하며 “그럼 이번 입경 금지는 한국인 차별이냐”고 비꼬았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