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만 6명이 나온 경북 청도 대남병원의 감염원이 신천지 장례식장일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신천지 이만희 교주의 친형 장례식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된 신천지 신도 수가 애초 40여명에서 최대 170여명으로 급증한 데다 친형 사인이 급성 폐렴으로 밝혀지면서다. ‘최초 감염원(미상)→신천지 장례식장→대구 신천지 집회→대남병원 정신병동→전국 확산’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대남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진 이만희 교주의 친형 장례식에 신천지 신도 등 최소 170여명이 참석했다. 애초 신천지는 장례식이 가족장으로 진행됐고, 50여명만 참석했다고 주장했고 보건 당국도 40여명의 신천지 신도가 참석한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보건 당국이 장례식 부조계를 검토한 결과 참석 신도는 40명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장례식 부조계에는 170명이 넘는 이름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신천지 교인’이란 표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 당국은 현재 조의금을 낸 명단과 참석자 명단 등을 파악해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보건 당국은 코로나19 국내 양대 진원지인 대남병원과 신천지 대구시설의 연결고리를 정밀 조사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청도 대남병원 확진자와 신천지 대구시설 확진자의 발병 시기 등이 비슷하기 때문에 ‘연결고리가 있지 않을까’라는 가능성을 놓고 조사 중”이라며 “신도가 혹시 처소를 방문했을 가능성도 있고, 병원 종사자 가운데 신도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가설을 놓고 하나씩 배제하면서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장례식장에 코로나19를 전파한 감염원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앞서 신천지 중국지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중국에서 온 신천지 신도가 장례식장에 바이러스를 퍼트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자 신천지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보건 당국은 “아직 중국인이나 (중국 후베이성) 우한을 다녀온 이들에 대한 조사까지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만희 친형이 급성폐렴으로 인한 호흡곤란으로 1월 27일 청도 대남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던 중 같은 달 31일 숨졌다고 청도군이 전해 주목된다. 지난 24일 칠곡경북대병원에서 급성 호흡 부전으로 숨진 여성 환자(68)의 경우 폐렴 증세를 보여 코로나19 검사를 한 결과 사후 양성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신천지 관계자는 “따로 부검하지 않아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폐렴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5일 오후 6시 기준 대구·경북 코로나19 확진자 791명 중 대남병원과 신천지 대구시설 관련자는 614명(77.6%)에 달한다. 대구시설 관련자가 501명, 대남병원 관련자가 113명이다. 대남병원 확진자 중에선 사망 환자가 속출했다. 전체 사망자 11명 중 6명이 이 병원 정신병동에서 감염된 환자다. 환기가 잘 안 되는 다인실 폐쇄 병동에서 지낸 데다 기본 면역력도 약한 환자가 많아 중증 및 사망 환자가 다수 발생했다.
대남병원발(發) 코로나19는 서울까지 확산됐다. 국내 대형교회 중 하나인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 부목사 1명이 지난 14일 대남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교인 가족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