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대기업의 신입사원 공개채용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30대 그룹 중 신입사원 채용 일정을 공고한 곳이 전무하다. 구직자들은 일정 지연이 채용 규모 축소나 취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기업활동이 큰 타격을 받으면서 신규 채용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LG는 참석자 안전을 위해 미국에서 수백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이공계 석박사 유학생 채용설명 연례 행사인 ‘LG 테크 콘퍼런스’를 취소했다고 25일 밝혔다. 또 올해 신입사원 공채 일정을 4월 이후로 공식 연기했다.
SK와 GS그룹 역시 계열사별 채용 일정을 연기하거나 재고한다는 입장이다. 수시채용을 진행하는 현대자동차는 서울 양재동 본사의 외부인 출입을 통제함에 따라 전날 예정이던 신입사원 채용 면접 일정을 연기했다.
대개 기업들은 매년 2~3월 채용 공고를 하고 전형을 진행해 왔다. 대기업 인사담당자 A씨는 “보통 대학 개강에 맞춰 채용설명회를 시작하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개강 자체가 2~3주 연기되면서 일정을 잡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직자들은 채용 일정 지연에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한 연구개발직 지원자는 “요즘 기업 채용 공고가 너무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취업정보 사이트 인크루트가 구직자 4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1%는 ‘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구직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불안한 이유로 채용 연기(25.8%), 채용 전형 중단(24.2%), 채용 규모 감소(21.7%) 등을 꼽았다.
업계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의 경영 악화로 채용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신규 채용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 B씨는 “기업이 생산 타격을 받고 수요 감소로 매출 급감도 불 보듯 뻔하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지면 채용 규모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대기업 인사담당 C씨는 “기업들이 대규모 채용에 부담을 느껴온 게 사실”이라며 “그 부담이 공채 축소와 수시채용 전환으로 나타났는데 코로나19가 채용 트렌드 전환에 불을 지필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19 사태 악화로 기업 전반의 경영활동도 위축되고 있다. 기업들은 직장을 폐쇄하거나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이날 서울 용산구의 LS타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이 건물에 입주한 LS그룹 계열사들은 이번 주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 한화솔루션도 주말까지 재택근무를 한다. SK그룹은 이날부터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6개 계열사 임직원들이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제한적 재택근무에 들어가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삼성 계열사는 임신부 직원에게 다음 달 1일까지 재택근무하도록 했다. LG그룹도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보살펴야 하는 직원과 임신부 직원을 대상으로 시한을 두지 않고 재택근무에 들어가도록 했다. 현대기아차는 26일부터 임산부 등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실시한다.
아마존웹서비스코리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외국계 기업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독려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원격근로 체제로 전환하고 재택근무를 허용했다. 티몬, 위메프 등 이커머스 업계도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강주화 문수정 정건희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