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최고등급인 3단계 ‘경고(Warning)’로 격상했다. CDC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3단계 여행경보를 발령한 국가는 중국 본토를 제외하면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 내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이 사실상 중국에 버금간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 CDC는 24일(현지시간)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호흡기 질환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며 “불필요한 한국 여행을 자제토록 권고한다”고 밝혔다. CDC는 지난 22일 한국 여행경보를 2단계 ‘경계(Alert)’로 올린 지 이틀 만에 최고 등급으로 다시 상향했다.
미 CDC가 여행경보를 3단계 경보 등급으로 지정한 국가는 한국과 중국, 베네수엘라 3개국이다. 이들 중 코로나19 때문에 최고 등급으로 묶인 국가는 한국과 중국뿐이다. 베네수엘라는 홍역 등 각종 전염병이 창궐하고 의료시설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지난달 초 3단계로 지정됐다. 이틀 전 한국과 함께 2단계로 상향됐던 일본은 변동이 없었다. 최근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 중인 이탈리아와 이란도 2단계에 머물고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 22일 한국 여행경보를 4단계 중 2단계에 해당하는 ‘강화된 주의 실시’로 상향한 뒤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미 CDC가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3단계로 격상한 것과 관련, 외교부는 “CDC의 여행공지는 미국인 여행자를 대상으로 (해당국의) 보건 상황을 안내하기 위한 조치로 한국인의 미국 입국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외무부도 같은 날 한국 여행 경보를 평상시인 1단계에서 ‘여행자제 권고’에 해당하는 3단계로 격상했다. 최고 단계인 4단계에 미치지는 못하나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여행을 피하라는 뜻이다. 일본 정부는 25일 대구와 경북 청도에 대해 ‘불필요한 여행 자제’에 해당하는 감염증 위험정보 2단계를 내렸다. NHK에 따르면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고 “대구에서 격리 조치와 집단 행사 자제 등의 조치가 이뤄지고 있고 경북 지역의 특정 병원에서는 집단 감염이 확인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 및 관계 기관과 협조 하에 정보를 수집해 주의를 환기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19를 이유로 한국에 감염증 위험정보를 발령한 것은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중국 후베이성 전역과 저장성 원저우에 대해 ‘여행 금지’에 해당하는 3단계를 내렸다. 두 지역을 제외한 중국 전역은 2단계로 지정했다. 일본 외무성의 감염증 위험정보는 총 4단계로 이뤄져 있다. 가장 높은 4단계는 지역 내 자국민에게 대피를 촉구하는 ‘대피 권고’다.
홍콩 정부는 전날 한국에 적색 여행경보를 발령하고 홍콩인을 제외한 한국발 입국자에 대해 입국 금지를 결정했다. 25일부터 한국에서 출발했거나 최근 14일 이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비홍콩인의 입경을 금지했다.
한국인에 대한 입국금지나 입국제한, 여행경보 등이 확대되자 외교부는 이날 주한외교단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불러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노력을 설명하고 각국의 자제를 요청했다.
조성은 최승욱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