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모르잖아요”… 버스·전철 대신 운전대 잡는다

입력 2020-02-26 04:06

부산 북구 만덕동에 사는 황지영(44) 씨는 지난 24일부터 평소 잘 이용하지 않던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시작했다. 이전엔 만덕역에서 범일동역까지 주로 도시철도를 이용했다. 하지만 부산에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가 발생하며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퍼지자, 대중교통을 꺼리게 됐다. 황씨는 “출퇴근 시간 전철 내부는 그야말로 콩나물시루를 방불케 하는 만큼 혹시 모를 감염 우려 때문에 대중교통을 피하려고 한다”고 했다.

21일 부산에 첫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서 사람이 많은 곳에 가기를 꺼리는 시민들의 불안감은 도시철도와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기피로 이어지고 있다. 25일 부산교통공사 통계에 따르면 부산지역 첫 확진자가 나온 21~23일 도시철도를 이용한 승객이 160만836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 14~16일 232만6414명보다 30% 이상 감소한 수치다.

특히 주말의 감소세가 눈에 띄었다. 코로나19에 대한 불안이 커진 뒤 첫 일요일이었던 23일 도시철도 이용자는 26만3146명에 그쳤다. 지난 16일보다 52%가 줄었다. 주말만큼은 아니지만, 평일도 많이 줄었다. 평일 89만~90만명이 이용하던 도시철도 전체 승차 인원이 지난 24일 49여만 명으로 줄었다. 이처럼 평일보다 주말에 대중교통 이용객이 더 많이 준 것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외출을 자제하겠다는 분위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버스 이용객도 확 줄었다. 지난 21~23일 부산의 시내버스 이용 승객수는 2196만 명으로 지난 14~16일 2931만 명과 비교해 25% 감소했다. 지난 21~23일 부산종합버스터미널을 이용한 승객은 모두 1만4189명으로 지난주 같은 기간(2만2770명)과 비교해 38%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만1890명이 이용했던 것에 비해서는 50% 이상 급감했다.

부산역을 이용하는 승객도 크게 줄었다.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부산역 승하차 인원은 6만5697명으로 전주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40% 가까이 감소했다. KTX 이용객 김(26·여)씨는 “출장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대중교통을 타지만 불안하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도시철도·경전철을 비롯해 시내·마을버스와 택시 등을 대상으로 매일 살균 소독을 진행하는 등 방역을 대폭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버스와 택시 내부, 도시철도 역사에는 손 세정제도 비치한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