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영업자가 과다채무에 빠질 가능성이 임금근로자보다 3배 이상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슷한 부채구조를 가진 유로지역 자영업자들보다 위험성이 배 가까이 크다. 잠시 주춤하던 전체 가계빚도 지난해 4분기 증가속도가 다시 빨라지면서 1600조원을 돌파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5일 국내 연구로는 처음으로 가계부채 구조가 유사한 한국과 유로지역 국가의 미시자료를 토대로 ‘한국과 유로지역의 가계부채 미시구조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2016년 한국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 조사 자료와 유럽중앙은행(ECB)의 20개 국가 표본가구의 자산 부채 소득 개인연금 고용상태 소비수준 등 상세 항목을 바탕으로 조사됐다.
비교·분석 결과 과다채무에 따른 부실위험 가계대출 비중이 한국은 14%로 유로국가(8%)보다 위험성에 더 노출돼 있다. 과다채무는 총부채상환비율(DSR)이 40%를 넘고 금융빚이 자산(금융자산+부동산 평가액)을 초과하는 경우를 말한다.
한국의 자영업자가 과다채무에 빠질 가능성은 임금근로자의 3.45배로 1.86배인 유로지역보다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실직자의 위험성(2.48배)을 능가하는 것으로 자영업자가 사업목적의 대출 비중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유로지역 자영업자의 과다채무 가능성이 실직자(1.27배)보다 높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기침체로 인해 받는 충격도 한국의 자영업자가 상대적으로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지역은 과도한 소득감소(20%)나 주택가격 하락(10%) 등 스트레스가 발생할 경우 소득 2분위와 30세 미만 연령대에서 부실대출 위험이 커진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그러나 종사상 지위별로 보면 한국의 경우 자영업자의 부실대출 비중 증가율이 1.6%로 상용직(0.6%)을 훨씬 능가한다. 반면 유료지역의 자영업자(2.7%)의 부실대출 비중이 한국보다 늘어나기는 하지만 임금근로자(3.4%)보다는 그 스트레스 강도가 낮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자가거주자의 과다채무 확률은 주담대 없는 자가거주자의 16.2배로 유로지역 가구(4.56배)의 3.55배나 높다. 전세 등 기타 형태로 거주하는 가구는 위험성이 더 심각해 주담대가 없는 자가거주자에 비해 과다채무 확률이 38.8배로 크게 불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로지역(7.45배)의 5배 수준이다.
이처럼 부채구조가 취약한 상황에서 가계빚 증가 속도는 다시 가팔라졌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4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600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말 대비 27조6000억원 늘었는데, 분기별로는 2017년 4분기(31조5000억원) 이후 2년 만에 최대다. 가계신용 증가율은 2016년 11.6%로 정점으로 치달은 뒤 2017~2019년 8.1%, 5.9%, 4.1% 등으로 둔화세가 이어졌었다. 대출 규제 영향 때문이다. 한은은 주택매매 거래 증가, 전세자금 수요 지속 등으로 주택대출 증가 폭이 확대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96.6%로 2분기 말(95.6%)보다 상승했다. 소득보다 빚이 여전히 빨리 늘고 있다는 얘기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박재찬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