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원 등 수도권 5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2·20 부동산대책을 내놨지만 규제기준이 모호하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정부의 주요 부동산정책을 심의하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게 하나의 원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당정이 미리 부동산대책의 주요 내용을 결정하고, 주정심은 형식적인 심의만 보장하는 ‘거수기’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대책이 올바르게 만들어졌는지 판단하고, 무리한 대책일 경우 제동을 거는 등 본래 주정심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일 주정심 심의를 거쳐 수원시 영통구·권선구·장안구와 안양시 만안구, 의왕시 등 수도권 5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주정심은 각 위원들의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받아 심의하는 ‘간이 절차’로 이뤄졌다.
문제는 2·20 대책의 주요 내용이 주정심 심의가 열리기 1~2일 전에 대부분 공개됐다는 점이다. 심의를 거치기도 전에 정책이 확정돼 유출된 셈이다.
게다가 규제 내용도 논란이 됐다. 시장에선 대전의 집값 상승률이 조정대상지역 지정을 위한 정량요건(최근 3개월간 집값 상승률과 청약경쟁률·분양권 전매거래량·주택보급률)을 충족해 신규 지정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총선 전 전국 단위의 규제를 반대하는 정치권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신규 규제 지역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선 주정심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통과의례’가 된 게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주정심 위원 중 과반수가 국토부 산하기관장이거나 국토부가 임명한 민간위원이라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기에 주정심 심의 과정 및 결론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도 키웠다.
실제로 2·20 대책 발표에 앞서 주정심 일부 위원은 전국 단위의 광범위한 규제의 필요성, 정확한 진단의 필요성, 또 다른 풍선효과 부작용 우려 등의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신규 부동산대책에 대해 전문가가 어떻게 평가를 내렸고, 어떤 이유에서 반대 혹은 찬성 의견을 내비쳤는지, 전문가 의견이 얼마나 정책에 반영됐는지 현재로선 ‘깜깜이’다.
정부 내부에서조차 주정심의 제 기능을 되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부동산정책을 심의하는 기구인 주정심의 본래 취지에 맞춰 심의 절차가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과의 ‘합의’가 부동산대책으로 이어진다면 시장 왜곡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