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날 밤 영화를 봤습니다. 다음날 마트에서 농심의 ‘짜파게티’ 두 봉지와 ‘너구리’를 사서 영화에 나오는 ‘짜파구리’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시상식에서 봉 감독이 수상 소감으로 이렇게 말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습니다.
“먼저 하나님께 영광 돌립니다.” 그러면 사회자가 묻겠지요. “크리스천이신가 봐요. 어느 교회 다니세요?” “네. 한마음교회에 다닙니다. 기도해주신 목사님과 성도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랬다면 얼마나 얼마나 좋을까. 성도님들의 자녀 가운데 이렇게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훌륭한 믿음의 자녀가 많이 나오게 되기를 축복합니다.
2010년에는 김연아 선수가 역대 최고 점수로 제21회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전 국민에게 행복을 선사했습니다. 당시 한 방송사 아나운서의 발언에 저도 코끝이 찡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피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보고 계십니다. 그녀의 조국은 대한민국입니다. 김연아 선수는 자신이 ‘행복한 스케이터’라고 했지만 우리는 그녀가 있어서 행복합니다. 그 부담스러운 무게를 저 작은 어깨로 이겨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국민에게 행복을 주고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하는 데에는 많은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나라’ 관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님을 진실로 사랑하고 그래서 주님의 영광을 위해 온전히 헌신된 몇 사람이면 충분합니다.
“내 이름으로 불려지는 모든 자 곧 내가 내 영광을 위하여 창조한 자를 오게 하라 그를 내가 지었고 그를 내가 만들었느니라.”(사 43:7)
우리가 봉 감독이나 김 선수, 또는 방탄소년단 같은 재주가 없어도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착하게 사는 것입니다.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 5:16)
그런데 봉 감독 소식이 나오기 전 주간에 뉴스를 보다가 가슴을 쳤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지하철 매표소 옆에 일회용 마스크 1000장을 비치했는데 금방 동이 났습니다. 그래서 방송기자가 서서 슬며시 지켜보는데 마스크를 몇 장 집어가는 한 여성을 붙들고 물어봤습니다. “그걸 왜 그렇게 많이 가져갑니까.” “교회에서 쓰려고요.” 이 대화 장면이 뉴스에 고스란히 방영됐습니다. 제 얼굴은 뜨뜻해지고 귀까지 빨개졌습니다.
우리 교회의 김을녀 권사님의 큰딸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에게 신장 하나를 이식했습니다. 엄마 권사님이 걱정돼서 물었답니다. “하나님이 다 필요해서 신장을 두 개 만들어주셨을 텐데 하나를 줘도 되는 거니?” 딸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신장을 두 개 주신 것은 하나를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라고 주신 거예요.”
저는 이 설교를 영화 ‘기생충’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빈부격차 문제를 다루는 이 영화는 ‘이웃의 불행은 곧 나의 불행이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 옆에서 누군가 고통 가운데 울고 있는데 나만 행복할 수는 없습니다. 주님의 사랑을 늘 이웃과 나누고 베풀며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저와 여러분이 되길 축원합니다.
남상진 남양주 한마음교회 목사
◇경기도 남양주 호평동에 소재한 한마음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에 소속된 교회입니다. 어려운 이웃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푸드마켓을 설치하고 복지 및 문화 강좌 등을 통해 지역사회의 빛과 소금의 사명을 감당하며 제자훈련에 힘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