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아브라함은 막벨라를 왜 샀을까

입력 2020-02-26 00:03 수정 2020-02-26 00:22

아내 사라가 죽자 아브라함은 묘지를 구할 수 있도록 헤브론의 헷 족속에게 정중히 요청합니다. 이들은 아브라함을 지도자로 존중하며 원하는 곳을 사용하라고 합니다. 아브라함이 막벨라 굴을 요청하자 주인인 에브론은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브라함은 은 400세겔을 주고 그 밭과 굴을 삽니다.

후대 사람인 예레미야는 밭을 은 17세겔에(렘 32:9) 다윗은 아라우나의 타작마당을 은 50세겔에 구입했습니다(삼하 24:24). 아무래도 아브라함이 바가지를 쓴 듯합니다. 이렇게 아브라함은 가나안으로 들어온 지 60여년 만에 비로소 첫 소유지를 얻습니다. “가나안 땅을 주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을 받은 아브라함에게 아내 묘지를 위한 땅조차 없었던 것입니다. 이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하나님의 약속은 하나님이 정한 때에 성취됩니다. 아브라함이 비싼 땅값을 치른 이유는 가나안 땅을 주리라는 하나님 약속이 성취될 것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하나님의 약속이 빨리 성취되길 원하지만 원하는 때에 이뤄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원하는 대로 이뤄져야만 하나님을 믿는다면 그건 하나님이 아닌 나 자신을 믿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진짜 믿음입니다.

또 하나님의 약속을 빙자해서 무례를 범치 말아야 합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께 가나안 땅을 약속받았다고 해서 헷 족속에게 무례하지 않았습니다. 소유권을 주장하거나 땅을 억지로 빼앗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기독교인은 무례하고 이기적이라는 비난을 적지 않게 받습니다. 모든 게 아버지 하나님의 것이기에 자녀인 내가 맘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타인과 세상에 불편을 끼치기도 합니다. 심지어 대한민국이 마치 기독교 국가인양 교회가 주인 노릇하려는 모습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약속한 땅은 이 세상이 아니라 영원한 새 하늘과 새 땅입니다. 이 세상에서 살 동안 아브라함처럼 지역 사람에게 정중히 대하며 평화롭게 지내야 합니다. 예수님은 이웃을 사랑하라고 했습니다. 사랑은 무례히 행치 않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약속했다고 해서 값을 치르는 것을 아까워하면 안 됩니다. 흔히 하나님의 은혜는 무조건 공짜라고 생각합니다. 가치가 없으므로 거저 준 게 아닙니다.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가치가 어마어마하기에 하나님께서 대신 값을 치른 후 우리에게 거저 준 것입니다.

이런 은혜를 누리려면 최소한의 수고와 노력을 해야 합니다. 부모가 학비를 내지만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는 일은 자녀가 직접 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아브라함의 은 400세겔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내야 한다고 말씀했습니다. 밭에 감춰진 보화를 얻으려면 가진 소유를 다 팔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져야 예수님을 따를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심지어 목숨까지도 걸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은혜를 구해야 합니까. 그렇습니다. 은혜는 비교할 수 없이 큰 가치입니다.

에브론은 아브라함에게 은 400세겔을 받고 횡재했다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약속을 믿었던 아브라함은 돈으로 막벨라를 삼으로써 가나안 땅 전체를 얻은 것과 다름없습니다. 진짜 횡재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이런 믿음의 사람이 됩시다.

조혁진 목사(담트고길닦는교회)

◇담트고길닦는교회는 에베소서 2장 14~22절을 기반으로 세워진 교회입니다. 하나님을 향해 시온의 대로, 사람을 향해 사랑의 대로, 세상을 향해 복음의 대로를 여는 공동체를 추구합니다. 인천시 부평구 부개동에서 예배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