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대구 서구보건소 팀장 확진… 함께 근무한 3명도 감염

입력 2020-02-25 04:06

신천지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공습으로 비상이 걸린 대구에서 일선 보건소 감염예방 책임자가 신천지 신도인 사실을 숨긴 채 코로나19 방역업무를 해오다 확진자 판정을 받았다. 이 공무원은 신천지 신도 명단이 대구시로 넘어간 뒤에야 뒤늦게 사실을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대구시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공무원 A씨는 대구 서구보건소에서 감염예방 업무를 총괄하는 직위에 있다. 대구시는 지난 20일 질병관리본부에서 대구 신천지 신도 2차 명단을 받았고 여기에 A씨의 이름이 있었다. 이에 대구시는 A씨에게 문자와 전화로 자가격리 대상자임을 알렸다.

A씨는 다음 날 오전 보건소에 연락해 “건강상 문제로 출근하지 못한다”고 한 뒤 출근하지 않았고 오후 다시 전화해 신천지 신도라고 알리고 검사를 요청했다. A씨는 지난 22일 검체검사를 받았고 다음 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격리 통보를 받기 전까지 정상 업무를 봤고 별다른 증상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지난 9, 16일 슈퍼 전파 사건 관련 31번 환자가 다녀간 신천지 대구 처소의 저녁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 당국이 지난 19일 슈퍼 전파 사건을 발표했는데도 방역 업무 담당자가 이틀 동안 자신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것이다.

서구보건소에서는 A씨와 함께 근무한 직원 3명이 새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구시는 A씨 확진 직후 동료 직원 50여명을 자가격리하고 검체 검사를 진행해 왔다. 대구시 관계자는 “A씨가 특별한 증상 등이 없어 자가격리 대상자로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천지 신도임을 숨기는 사람에 대한 문제 제기는 사태 초기부터 불거졌다. 신천지 신도들이 평소 이를 잘 드러내지 않는 특성 때문에 전수조사에 어려움을 격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고, 실제 이와 같은 사례들이 나왔다. 앞서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도 어머니에게 간이식 수술을 해준 딸이 수술 후 자가격리 통보를 받자 뒤늦게 신도임을 알려 병동 전체가 폐쇄되고 의료진이 격리됐다. 이 여성도 최종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 대응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되고 신천지 신도에 대한 대대적인 확인작업이 시작되면서 연락이 닿지 않는 인원이 크게 줄었다. 전날까지 대구 신천지 신도 9336명 중 670여명이 연락두절이었는데 하루 만에 400여명과 연락이 닿았다. 특히 경찰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속도가 붙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중앙방역대책본부로부터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 대구 신천지 신도 242명에 대한 소재 확인을 요청받았다. 618명의 수사관이 투입돼 239명의 소재를 확인했다. 현재 대구 신천지 신도 가운데 미확인자는 3명으로 경찰 등이 계속 파악 중이다.

대구시는 신천지 신도 중 증상이 있다고 응답한 1193명에 대해 집중조사를 벌이고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검사 등을 통해 확진자를 찾을 계획이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