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양형 봐주기’ 의혹을 반복해서 제기해온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결국 법관 기피를 신청했다. 특검 측은 “재판장이 ‘피고인 이재용이 강요죄 피해자’라는 프레임에 묶여 있는 게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검 측은 24일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에 법관 기피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특검 측은 “재판장인 정준영 판사는 일관성을 잃은 채 편향적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며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기피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특검 측은 “재판장이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겠다는 예단을 분명히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특검 측은 정 부장판사가 지난해 10월 25일 첫 공판에서 “(준법감시제도는) 재판 진행이나 결과와 무관하다”고 했다가 지난달 17일 “양형 조건으로 고려될 수 있다”고 하면서 말이 바뀌었다는 입장이다. 정 부장판사가 첫 공판에서 미국 연방양형기준 8장을 참고한 준법감시제도를 언급한 뒤 삼성 측은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준법감시위원회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은 양형 심리를 뼈대로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특검 측은 정 부장판사가 이 부회장에게 기운 양형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고 본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는 이 부회장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내면서 ‘적극적 뇌물성 및 범죄수법의 불량성’을 인정했는데, 정 부장판사는 그에 따라 특검이 추가 신청한 증거를 지난 20일 모두 기각했다.
이에 대해 특검은 “(재판부가) 양형사유 중 특검이 제시한 가중요소는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감경요소에 해당하지도 않는 삼성 준법감시위 설치·운영과 실효성 여부에 대한 양형심리만 진행했다”며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겠다는 재판장의 예단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특검 측은 이 부회장 재판부의 심리 방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 ‘적극적 뇌물성이 인정된다’고 인정한 대법원 전합 판결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입장이다. 특검의 법관 기피 신청에 대한 법원 결정이 나올 때까지 이 부회장의 재판은 중단된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