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대한민국 사회를 ‘올 스톱’ 국면으로 몰고 가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코스피지수는 24일 하루 만에 4% 가까이 떨어지며 ‘블랙 먼데이(검은 월요일)’를 연출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현대차 등 우량주를 중심으로 7800억원을 팔아치우면서 주가가 주저앉았고, 원·달러 환율은 10원 이상 치솟았다. 금융 당국은 “시장 변동성이 더 확대될 경우 시장안정조치를 과감하게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3.80포인트(3.87%) 내린 2079.04에 거래를 마쳤다. 설 연휴가 지나고 코로나19 관련 악재가 증시에 한꺼번에 반영됐던 지난달 28일(-3.09%)보다 더 큰 낙폭이었다. 외국인의 ‘팔자’(7869억원)가 몰리며 불과 열흘 전 2243선까지 올랐던 지수는 2070선까지 추락했다. 삼성전자(-4.05%) SK하이닉스(-3.40%) 현대차(-4.30%)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줄줄이 폭락을 면치 못했다. 개인(6074억원)과 기관(1932억원) 연기금(585억원) 등이 사자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28.70포인트(4.30%) 떨어진 639.29에 마감했다.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에 한·일 경제전쟁까지 터졌던 지난해 8월 6일(-7.45%)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그러나 이날 블랙 먼데이를 겪은 아시아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는 0.33% 하락에 그쳤고, 홍콩 항셍종합지수와 대만 가권지수 하락폭도 각각 1.87%, 1.30% 수준이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 국내 증시만 홀로 추락한 셈이다. 지난 주말 사이 다른 나라에 비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이에 따른 경제적 악영향이 우려되면서 투자 심리가 냉각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 증시는 국왕 탄생일로 인해 휴장했다.
외환과 채권시장도 요동쳤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1.0원 오른 1220.2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8월 12일(1222.2원)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비춰보면 달러당 125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지며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4.3bp(1bp=0.01% 포인트) 내린 연 1.139%로 마감했다. KRX금시장에선 g당 금 가격이 3.09% 오른 6만4800원을 기록하며 2014년 시장 개설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반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0.9% 하락한 53.38달러까지 내려왔다.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긴급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주말 동안 확진자가 급증하는 등 상황이 급변하고, 위기단계가 격상되면서 큰 변동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향후 관건은 국내 지역사회 감염 추이와 정부의 경기부양, 통화정책 향방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여파로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진 점을 감안하면 한동안 증시 부진이 예상되지만 정부의 추경 편성, 한국은행의 2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등으로 인한 매수세도 나올 전망”이라며 “어느 때보다 변동성 큰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