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456명이 집단 발생한 대구 신천지 시설의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게 보건 당국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신천지 신도 9000여명을 선제 격리하는 등 ‘지역사회 대유행’을 차단할 수 있는 기한은 잠복기(최대 14일)를 감안해 향후 7~10일이 남았다. 전문가들은 7~10일을 방역 당국의 최대 고비로 보고 “이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국내 코로나19의 향후 흐름이 좌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대구 신천지 신도 9535명의 명단을 받아 발열 등 증상을 호소하는 1200여명을 중심으로 진단검사를 하고 있다”며 “최근 매일 100여명씩 확진자 수가 느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신도 9535명은 확진자 접촉 여부와 상관없이 전원 자가격리 조치할 예정”이라며 “향후 7~10일이 대구 지역의 코로나19 유행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걸 막을 수 있는 중대 고비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보건 당국이 향후 7~10일을 중대 고비라고 본 건 대구 신천지 시설과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서 대량 발생한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 감염의심자들의 잠복기를 고려해서다. 보건 당국은 집단 발병지 두 곳의 관계자들이 지난 14일 이후 정체모를 1차 감염원에 공동 노출됐다고 본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잠복기 내 감염의심자들을 조기 파악해 선제 격리해야 2, 3차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구·경북 지역의 집단 발병을 국내 코로나19의 2차 흐름으로 보고, 이 단계에서 얼마나 선제 대응하느냐에 따라 3차 흐름의 규모가 결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감염경로가 파악됐던 28번 환자 발생까지가 1차적인 유행 곡선을 그렸다면 2월 중순 이후는 집단 감염 영향으로 환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2차 유행 곡선으로 보인다”며 “3차 유행 곡선은 집단 감염자들이 격리되기 전까지 이웃, 가족 등을 얼마나 접촉하는지에 따라 크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단계 조치가 결정적인 또 다른 이유는 현재 코로나19 진단 검사 물량이나 음압병상, 의료진 등 의료자원이 한계점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여기서 확진자가 한 번 더 증폭하면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하는 중증환자가 급증하는 등 통제 불가능한 단계로 치달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손장욱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마스크 등 의료진의 개인보호구가 얼마 남지 않은 병원도 적지 않아 의료자원이 향후 몇 개월을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유행이다 보니 장비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초반에 준비해둔 물량이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변수는 신천지 신도들의 자가격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여부다. 보건 당국이 9535명의 명단을 확보했지만 현재까지 연락이 닿지 않는 인원도 225명에 이른다. 대상이 많다 보니 자가격리 원칙을 위반하는 사람을 잡아내기도 쉽지 않다. 신천지 신도라는 사실을 주변에 숨기기 위해 접촉자나 동선 등을 속일 가능성도 있다.
대구시는 “공무원 3000명을 투입해 1(공무원)대 3(자가격리자)의 비율로 하루 2번씩 전화를 하는 등 자가격리의 실효성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락 두절자들도 경찰과 함께 추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