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코로나 주춤하자 “우한 봉쇄 완화”… 2시간 만에 없던일로

입력 2020-02-25 04:07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베이징에서 열린 코로나19 예방·통제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본인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코로나19에 대한 철저한 방역과 경제 살리기를 지시해 논란이 됐다. 신화연합뉴스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해지면서 지방정부와 기업들의 정상화를 위한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자신감을 얻은 중국 매체는 한국 등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국가들에 좀 더 강력한 조치를 시행하라고 훈수까지 두고 있다. 그러나 후베이성 우한시에 도시 봉쇄령 일부 해제를 발표했다가 2시간 만에 철회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여전하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 23일 하루 동안 전국의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409명, 150명 늘었다고 이날 발표했다. 중국 전체 누적 확진자는 7만7150명, 사망자는 2592명으로 집계됐다. 후베이성 신규 확진자는 398명, 사망자는 149명 각각 늘었다. 후베이성 외 지역 신규 확진자는 11명, 사망자는 1명으로 급감했다.

수도 베이징은 이틀째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고 후난성, 톈진시 등 24개 지역에서도 신규 확진자는 없었다. 이에 따라 광둥성, 산시성은 공중위생사건 대응 단계를 1급에서 2급으로 하향 조정키로 했고 간쑤성, 랴오닝성, 윈난성, 구이저우성도 1급에서 3급으로 대응 단계를 낮췄다.

중국 지방정부와 기업들도 정상화를 서두르고 있다. 안후이성 성도인 허페이시는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때 고향에 간 농민공들의 복귀가 늦어지자 개점휴업 상태인 식당, 호텔 등 서비스업 노동자를 제조업체에 임시로 보내는 ‘공유 노동자’ 방식으로 인력난 해소에 나섰다.

저장성, 푸젠성 등은 구이저우나 윈난, 간쑤 등에서 농민공을 데려오기 위해 특별교통편을 마련하는 한편 조기 복귀한 농민공에게는 수당을 지급하는 등 대책을 내놨다. 헤이룽장성도 농민공이 많은 농촌 지역에 ‘특별열차’를 보내도록 했다.

애플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는 폭스콘은 최근 선전의 공장을 재가동했지만, 농민공 복귀가 늦어지자 대규모 신규 채용에 나섰다. 조기 복귀하는 일부 직원에게 3360위안(약 58만원)의 격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산둥성의 주요 기업 공장 가동률이 79.4%로 올라섰다. 장쑤성도 공장 가동률이 75%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공장을 재가동했다가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해 공장 문을 다시 닫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한국, 일본 등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국가들에 좀 더 강력한 조치를 조기에 시행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신문은 이날자 사설에서 “각국이 우한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며 “코로나19는 잠복기가 있어 속기 쉽기 때문에 각국은 바이러스의 은밀한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더욱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앞길을 차단해야지, 바이러스 꽁무니를 쫓아가서는 안 된다”며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그러나 이날 우한시에 대해 취해졌던 도시 봉쇄령 일부 완화 조치는 2시간여 만에 백지화됐다. 도시 봉쇄를 완화했다가 곧바로 뒤집은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우한시 코로나19 방역 지휘부는 이날 통지에서 우한 이외 지역주민이나 특수질병 치료 등의 특별한 이유가 있으면 도시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우한 코로나19 지휘부는 다시 통지를 발표하고 2시간여 전의 봉쇄 완화 조치를 무효로 했다. 그러면서 “지휘부의 검토와 주요 지도자의 동의 없이 발표됐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었다. 여론 반발을 의식해 봉쇄 완화 조치를 번복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