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인 제인 제이콥스는 1961년 출간한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에서 도시를 다양성을 통해 생기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작은 블록, 오래된 건물, 복합용도, 집중이라는 네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고 했다. 바르셀로나에서 받은 첫인상은 제이콥스가 이 도시를 방문하고 책을 쓴 것 같은 느낌이었다.
19세기 중반 주거난 해결을 위해 개발이 시작된 아이샴플라(Eixample) 지구는 성가족성당, 상파우병원 등 모더니즘 양식의 건물로 알려져 있지만 생기 있는 도시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작은 블록형 단위로 구성돼 있고, 블록과 블록 사이에는 가로와 보도가 실핏줄처럼 이어져 있다. 블록을 둘러싸고 있는 복합용도의 건물은 생활에 필요한 것을 갖추고 있다. 이후 개발된 바르셀로나의 여타 지역도 대체로 아이샴플라와 유사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한편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고딕, 라발, 그라시아 지구는 원형을 보존하는 도시재생을 통해 공동화 문제를 해결하고 활기를 되찾고 있다.
여기에서 나의 취미생활은 길을 걷는 것이다. 어떤 길을 가든 블록의 모퉁이를 돌 때마다 만나게 되는 각양각색의 오래된 건물과 가게는 눈을 즐겁게 하고 상상의 날개를 자극하니 시간을 잊어버린 채 걷게 된다. 자주 걸어다니는 길도 바꿔 입는 옷처럼 갈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준다. 스마트시티가 최첨단 기술을 동원한 자동화, 무인화와 같은 테크놀로지의 의미라면 바르셀로나는 그다지 스마트하지 않다. 그러나 도시를 사람과 생활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데에서 스마트의 뜻을 찾는다면 바르셀로나는 스마트시티의 전형(典型)이다.
스마트시티를 주창하는 우리 대도시는 주거지역, 상업지역, 업무지역이 구분돼 있고, 부수기식의 획일적 개발 방식이 당연시되면서 화려한 외향에 비례해 이면에서 죽어가는 도시로 변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도 사고의 전환을 통해 살아 있는 진짜 도시로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오늘도 바르셀로나의 어느 거리를 걸으면서 3기 신도시와 도시재생사업 추진 과정에서 그 가능성을 소망해본다.
허태완 주바르셀로나 총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