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우는 사람, 성대 질환 ‘라인케 부종’ 조심하세요

입력 2020-02-24 20:36 수정 2020-04-06 17:18
대다수 흡연자들은 건강상 이유로 금연할 때 폐암이나 호흡기질환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성대 건강을 위해서도 금연은 꼭 필요하다. 성대 역시 흡연에 직접 영향을 받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담배 연기는 입 다음으로 성대를 거쳐 후두와 기관지로 들어간다. 이때 담배의 유해성분이 성대 점막을 마르게 하거나 손상을 줄 수 있다. 오랫동안 담배를 피우면 성대 손상이 누적되면서 각종 질환을 일으킬 위험이 높아진다. 흡연의 영향으로 생기기 쉬운 대표적 성대 질환이 ‘라인케 부종(Reinke’s edema)’이다. 성대 점막이 부어올라 목소리 변형을 일으킨다.

음성언어치료 전문 프라나이비인후과 안철민 원장은 24일 “성대 점막 아래의 공간이 물주머니처럼 부어오르는 라인케 부종은 목소리를 혹사하는 습관과 흡연 때문에 주로 발생한다”며 “특히 평소 잘못된 발성 습관을 가진 흡연자라면 더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라인케 부종은 성대 점막에 있는 ‘라인케 공간’에 물이 고여 물주머니 같은 게 생기는 염증성 질환이다. 성대 점막이 두꺼워지거나 출혈이 생기고 오래 방치하면 낮고 거친 소리, 쉰 목소리가 나온다.

성대는 좌우에 얇은 판막 같은 근육이 진동하며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해 소리를 낸다. 진동 수가 빠르고 많을수록 고음이 나고 진동이 적을수록 저음이 나온다. 접촉이 잘 될수록 맑고 매끄러운 소리가 나온다. 그런데 성대에 부종이 생기면 진동 수가 감소하면서 음성이 저음으로 변한다. 또 양쪽 성대가 제대로 접촉하지 못하면 바람 새는 듯한 쉰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오래 흡연한 사람들이 저음과 탁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평소 말을 많이 하거나 강하게 발성하는 습관이 있고 음주가 잦을 경우 증상이 악화되기 쉽다. 담배를 피우며 큰 소리를 자주 내면 성대 인대와 라인케 공간에 충격을 줘 부종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라인케 부종 초기엔 아침에 목소리가 낮게 나오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괜찮아지지만 목소리가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길어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저음으로 목소리가 굳어지고 심할 경우 말할 때마다 바람이 빠지는 듯한 소리가 난다.

안 원장은 “평소 흡연과 음주를 즐기거나 높고 세게 말하는 발성 습관을 가졌다면 후두내시경 검사를 받아보고 성대 및 후두 상태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면서 “라인케 부종을 방치하면 만성 후두염으로 진행해 후두 제거수술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