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대구·경북)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다른 지역에 ‘TK 사양’ 분위기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이곳을 다녀온 뒤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가 속출하자 아예 “당분간 우리 지역에 TK 사람은 오지 말라”는 것이다.
거기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TK 봉쇄론’마저 다시 고개를 들면서 대구·경북 지역은 고립된 ‘코로나19 섬’이 돼가는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1일부터 수원에서 구미를 오가는 업무버스 운행을 전격 중단했다. 신천지 신도가 집중적으로 흩어져 있는 대구·경북의 코로나19 위험성이 큰 만큼 선제대응 차원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어 직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24일부터 모든 사업장 간 업무버스와 사내 셔틀버스 운행을 잠정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또 국내 출장 및 협력사 방문을 지양하고 화상회의 등을 통해 업무를 진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
LG계열사도 임직원을 대상으로 대구·경북 지역을 비롯해 사업장 간 출장을 자제하도록 권고했다. 대구·경북 지역을 다녀온 경우 재택근무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대구~제주 간 항공노선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가 항의가 빗발치자 이를 철회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원 지사는 SNS에 “대구시민 여러분의 마음을 다치게 해드린 것 같아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에 앞서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은 제주~대구 항공노선을 각각 25일부터 다음달 9일, 24일부터 29일까지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경남도는 대구·경북과 인접한 밀양시·창녕군·거창군·합천군에 대구·경북에서 출퇴근하는 직원들의 임시숙소 마련이나 연차휴가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군인들의 불필요한 대구 출장을 금지하고 군 가족과 군무원,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대구 방문 자제를 요청했다.
TK라는 이유만으로 홀대를 받는 경우도 속출한다. 29일 서울에서 둘째 딸 결혼식을 앞둔 이모(64·대구 지산동)씨는 서울 사돈댁으로부터 “대구에서 하객들이 참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제의를 받았다. 최모(42·대구 월성동)씨는 “24일 부산에서 열리는 소속 조합 정기총회에 참석하려 했는데 간사가 ‘대구사람 참석을 조합원들이 꺼린다’고 해 못 가게 됐다”고 했다. 강모(47·대구 효목동)씨는 가족의 예정된 암 수술과 관련한 검사를 받기 위해 서울의 한 대형병원을 방문했다가 검사조차 받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사전통보가 없었다며 강하게 항의한 끝에 예약된 뼈전이 검사와 MRI 촬영을 마쳤다.
네티즌 사이에선 ‘TK 봉쇄’ 여론도 부상하고, 일부 상품 판매처에선 코로나19 확진자의 거주지역에 택배 발송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하기도 한다. 아예 대구 전 지역에 물류운송을 할 수 없다는 업체들도 출연하는 실정이다.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은 30년 만에 처음으로 운영을 중단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TK 농산물 기피현상이 전국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마저 제기된다.
대한병원협회 비상대응실무단장인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지난 20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대구는 물론 다른 지역에서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면 2라운드, ‘대유행’의 시기로 접어들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대구봉쇄는 비과학적인 발상”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대구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