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8명 코로나 사망, 伊 132명 확진… 커가는 판데믹 공포

입력 2020-02-24 04:03
한 이란 여성이 22일(현지시간) 마스크를 끼고 수도 테헤란 거리를 걷고 있다. 이란에서 29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고 6명이 숨졌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코로나19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발병지 중국에서는 확산세가 주춤해진 반면 한국 일본 이란 이탈리아 등 중국 외 국가에선 감염과 사망이 급증했다. 세계적인 유행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고, 보건의료 시스템이 열악한 아프리카로 퍼질 경우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 22일 하루 동안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648명, 97명 늘었다고 23일 밝혔다. 중국 전 지역의 누적 확진자는 23일 0시 현재 7만6936명, 사망자는 2442명이다. 여전히 피해가 막대하지만 나흘 연속 신규 확진자가 1000명 아래로 떨어진 점, 후베이성을 제외한 지역의 신규 확진자 수가 대폭 감소한 점 등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중국 밖 상황은 악화일로다. 한국은 23일 기준 확진자 602명, 사망자 6명이라고 집계했다. 일본의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감염자를 빼면 중국 외 국가에서 가장 확진자가 많다.

일본에서는 크루즈선에서 하선한 승객 중 첫 감염자가 나옴에 따라 970여명의 하선자를 중심으로 지역감염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지난 19일 내린 도치기현 거주 60대 일본인 여성이 22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여성은 지난 14일 배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하선했다. 일본 정부는 음성 판정을 받고, 발열 등 감염 의심 증상이 없는 탑승자 970명을 지난 19~21일 추가 격리 조건 없이 크루즈선에서 하선시켰다. 선내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돼 의료기관으로 이송됐던 80대 남성도 이날 숨지면서 크루즈선 승객 사망자는 3명으로 늘었다. 일본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코로나19 여파로 이달 말 예정된 자원봉사자 교육을 연기했다.

중국 외 국가 중 코로나 사망자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이란이다. 이란 보건부는 23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8명이며 확진자는 43명이라고 밝혔다. 전날과 비교하면 사망자는 2명, 확진자는 15명 늘었다. 중동 지역에서 사망자가 나온 국가는 이란이 유일하다.

이란은 지난 19일 처음 확진자가 나온 뒤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이란에선 종교도시 곰에서 최초 확진자가 나온 이래 수도 테헤란과 아라크, 라슈트 등지로 퍼져 나갔다. 이란 보건부는 역학조사를 통해 첫 확진자가 업무차 중국을 자주 드나들던 무역업자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유럽에선 이탈리아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ANSA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당국은 자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132명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경제·금융 중심지인 밀라노가 위치한 롬바르디아주 내에서만 확진자가 89명이 나왔다. 유럽에서 가장 심각하며,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확진자가 많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이탈리아 북부 10여개 마을에 이동제한 조치를 내렸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프로축구 경기, 공연·전시 등이 취소됐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어들고 있지만 전 세계적인 확산 우려가 나온다며 특히 보건의료체계가 취약한 국가로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전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우리의 가장 큰 걱정은 코로나19가 보건시스템이 훨씬 약한 국가들에 퍼질 가능성”이라고 말하며 취약 국가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