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일 100명 이상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지난 9·16일 대구에서 집회를 가진 신천지 신도들의 집단감염과 확산으로 꼽힌다. 비정규전을 치르는 ‘게릴라’들처럼 전국 곳곳의 신도가 모여 종교집회를 마친 뒤 연고지로 돌아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퍼뜨린 셈이다.
신천지발(發) 코로나19 확산의 시작은 지난 18일 31번 확진자인 60대 여성이었다. 이 확진자가 두 번의 신천지 일요집회에 다녀왔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불과 5일 만에 코로나19 확진자는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23일 오후 5시 현재 확진자 602명 가운데 329명이 대구 신천지와 관련된 인물이었다. 신도이거나 신도와 연관된 사람이라는 것이다.
지역별로 살펴봐도 대구만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경북, 인근 경남과 부산, 충북 대전 광주 전북 강원 제주 경기 서울 등 전국 곳곳에서 이들 신도가 속속 확진자 대열에 들어왔다. 직업도 다양해 다단계회사 직원, 군인, 간호사, 학원 강사 등으로 지역사회 구석구석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확산시켰다.
심지어 부산에선 중국인 신천지 신도까지 나왔다. 29세인 이 중국인 남성은 31번 확진자가 참석한 대구 신천지 집회에 다녀온 지난 18일 이후 부산 시내의 한 찜질방에서 3일이나 숙식을 해결하다,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 검사한 결과 확진자가 됐다. 이 남성은 18일 이전 행적조차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왔는지, 아니면 국내에 쭉 거주해 왔는지조차 방역 당국에 진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져 신천지 대구 시설을 방문하기 직전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이 추정이 맞다면, 이 중국인이 신천지 내부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퍼뜨린 ‘슈퍼전파자’일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건 당국은 대구 신천지시설이 ‘슈퍼전파지’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정확한 감염경로를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 신천지는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 우한에서도 포교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시는 일단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A씨에 대한 출입국 기록을 확보해 CCTV 영상 등을 토대로 정밀 동선 추적에 나설 예정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 내 신천지 집회소 폐쇄 및 신도 전수조사 등 강도 높은 방역책을 마련하거나 시행 중이다. 서울시는 신천지시설 163곳을 폐쇄·방역했다. 경기도와 인천 부산 충북 광주 울산도 시설 폐쇄는 물론 신도 전수조사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마저 “신천지 시설을 폐쇄하고 신도 전수조사를 하는 것은 공동체 안전을 지키기 위한 당연하고 불가피한 조치”라고 피력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브리핑에서 연락이 닿지 않는 신천지 신도들에게 자진 신고를 호소하기도 했다. 신천지 측은 “우리가 최대 피해자”라며 “보건 당국과 긴밀히 소통, 조기 종식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