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병원 내 감염’으로 인한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료기관 내 감염자가 발생하면 환자의 지병(기저질환)을 악화시키는 ‘방아쇠(trigger)’가 될 수 있으며 면역력이 약한 고령자나 만성 질환자 등은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
아울러 의료진이 격리되고 나아가 병원 전체가 폐쇄되는 등 ‘도미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응급 환자나 일반진료 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해 이른바 ‘컬래터럴 대미지’(collateral damage·부수적 손실) 발생 또한 엄청날 수 있다.
23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 입원 환자와 의료진이 코로나19에 대거 감염된 데 이어 서울 은평성모병원에서도 2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청도대남병원 확진자 110여명 가운데 대다수가 정신과 폐쇄 병동에서 나왔다. 정신병동은 6, 7명의 환자들이 다인실을 사용하고 휴게실, 식당 등을 함께 쓰는 경우가 많다.
정은경 중대본부장은 “폐쇄된 공간에서 밀접한 접촉이 이뤄졌을 것이고 공통의 감염원으로부터 반복 노출됐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또 “정신의료기관의 특수성 때문에 감염관리 체계가 미흡했던 점도 집단 감염을 키웠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방역 당국은 청도대남병원을 통째로 격리해 감염자들을 관리하는 ‘코호트 격리’에 들어갔다.
서울 은평성모병원에서도 지난 21일 환자 이송 직원(35·남성)이 161번째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22일 입원 환자 1명(62·남성·365번째)의 추가 감염이 확인됐다. 161번째 환자의 접촉자는 302명이 확인됐고 이 중 입원 환자 75명은 병원 내 1인실에 격리됐다. 은평성모병원은 21일부터 응급실과 외래진료를 전면 폐쇄했다. 앞서 여러 지역 대학병원도 코로나19 확진자로 인해 일시 폐쇄돼 의료 공백이 발생하기도 했다. 병원은 다수의 환자들이 모여 있어 감염이 생기면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다. 만성 질환자가 많은 요양병원 등은 특히 방역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기존 환자 진료체계와 완전 분리된 코로나19만을 위한 진료절차 시스템을 구축해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주재 코로나19 범정부대책회의는 의료기관 내 환자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신규 폐렴 환자는 입원과 중환자실 진입 전 진단검사를 시행하고 응급실을 찾는 의심 환자는 별도 공간에서 검사받도록 했다. 또 호흡기환자 전용 진료구역을 갖춘 국민안심병원을 확대키로 했다. 일반 환자들은 한시적으로 전화 등을 통해 상담 및 처방받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전화상담 및 처방을 전면 거부했다. 의협은 회원 대상 긴급 안내문을 통해 “전화를 통한 처방은 진단과 치료를 지연시킬 위험성이 있고 특히 코로나19의 경우 폐렴을 단순 상기도감염으로 오인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