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경고 무시하더니… 뒤늦은 ‘심각’ 뒷북 대응

입력 2020-02-23 18:46 수정 2020-02-23 21:41
의사협회 제공

정부가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를 최고 등급인 ‘심각’으로 올렸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의료계를 중심으로 숱하게 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올리자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에서 유입된 코로나19가 제한적 전파를 넘어 지역사회로 전파되었음이 확인됐다”며 “감염병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18일에도 “감염병 1차 방역이 사실상 실패했다”며 재차 위기 경보를 심각으로 높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한감염학회 등 의학단체들도 22일 범학계 코로나19 대책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선제적으로 심각 단계로 격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남인순 최고위원은 “지역사회 확산이 판단되면 위기경보 수준을 ‘레드(심각)’로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일부 지역(대구·경북)에서 특정 집단(신천지)을 중심으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계속해서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로 유지했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은 22일 브리핑에서 “대구·경북 등을 제외하면 아직 산발적으로 환자가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해외 유입이라는 위험요인이 지속하는 가운데 일부 제한된 지역에서부터 지역사회 감염 전파가 시작된 초기 단계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적인 대응 수준은 ‘경계’를 유지하면서 대구·경북 등을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관리해 방역을 강화하는 조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정부가 그동안 ‘방역 강국’이라는 한국의 대외적 이미지 하락을 우려해 ‘심각’ 단계 상향을 망설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결국 정부는 최근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부산, 광주, 강원도 등 전국에서 잇따라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쏟아짐에 따라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코로나19 범정부대책회의’에서 위기 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올렸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