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박지원, 부족한 2% 채우려 칼 갈았다… “올림픽 기회 안 놓칠 것”

입력 2020-02-24 04:09
한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박지원이 지난 10일(한국시간)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2019-202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5차 대회 남자 5000m 계주 결선에서 역주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제101회 전국동계체육대회 남자 3000m 계주가 열린 20일 경기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빙상장. 차가운 빙판 위에 선 박지원(24·성남시청)은 김다겸-박세영-임경원과 함께 도 선발팀으로 출전, 서울을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3번 주자로 날렵한 움직임으로 시종일관 선두에서 레이스를 이끄는 동력이 됐다.

박지원은 경기를 마친 뒤 국민일보와 만나 “3번 주자의 역할은 1~2번 주자가 잘할 수 있도록 페이스메이커를 해주는 것”이라며 “다른 팀 페이스를 흩트리는 작전을 잘 풀어나간 것이 금메달을 딴 비결”이라고 밝혔다.

박지원은 네덜란드 도르드레흐트에서 열린 2019-202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최종 6차 대회를 치르고 불과 이틀 전에 귀국했다. 그 이튿날인 19일부터 동계체전에 나섰다. 월드컵 5·6차 레이스를 펼친 강행군 틈에 개인전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이날 계주 금메달로 성과를 냈다.

지난 20일 경기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빙상장에서 제101회 전국동계체육대회 남자 3000m 계주를 마치고 국민일보를 만나 주먹을 불끈 쥔 박지원. 성남=이동환 기자

박지원은 “두 번의 세계 대회를 치르고 귀국해 아직 시차 적응도 안 됐을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면서도 “자칫 부상을 입을 수 있다. 세계선수권대회를 대비해 무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지원은 올 시즌 6차례 월드컵 대회 개인전에서 7개의 금메달(1500m 4개·1000m 3개)을 따냈다. 1500m·1000m 각 종목에서 랭킹 1위를 확정했고, 월드컵 종합 랭킹에서도 1위가 됐다. 지금의 쇼트트랙 세계 최강자는 사실상 박지원이다.

최고가 되기까지 성공만 있었던 건 아니다. 8세부터 ‘조기교육’을 시작하는 선수들도 많지만, 박지원은 그보다 늦은 초등학생 4학년 시절 코치의 권유로 스케이트 부츠를 신었다. 이후 ‘올림픽 금메달을 따겠다’는 일념만으로 매일 힘든 훈련을 참아냈다.

올림픽 무대를 한 번도 밟지 못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나서지 못한 건 박지원에게 쓰라린 기억이다. 단국대 재학 중이던 2015-2016시즌 월드컵 종합 랭킹 8위에 오르며 기대감을 모았지만, 한국 국가대표 선발전의 높은 벽을 뚫어내지 못했다.

“처음엔 조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나가지 못해 스스로에게 짜증까지 났어요. 하지만 동료들의 경기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니 내 체력과 속도 등 모든 부분이 톱 선수들보다 2%가량 부족하단 것을 알게 됐죠.”

‘2%’. 그 간격을 좁히기 위해 박지원은 부단히 칼을 갈았다. 매일 두 번씩 빙상과 지상에서 훈련을 병행했다. 근지구력 훈련과 웨이트에도 힘썼다.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러시아), 이호석, 곽윤기처럼 이름난 선배들의 비디오를 돌려보며 기술과 경기운영 능력을 습득해 접목했다.

박지원은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고 싶어 노력했다”며 “그런 과정이 쌓여 지금의 결과가 나온 것 같아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개인 종목에선 경쟁자인 황대헌·이준서·김다겸 등 20대 초반 어린 후배들의 활약은 박지원에게도 큰 자극이다. 대표팀 선수들은 링크 안에서는 냉정한 승부를 펼치지만 링크 밖으로 나오면 서로 활약을 칭찬해주는 든든한 동반자가 된다.

박지원은 “대표팀 모두 좋은 기량으로 경쟁을 해야 함께 높은 곳에 오를 수 있다”며 “후배들의 플레이가 보기 좋고 나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박지원은 이제 다음달 13일 서울에서 열리는 2020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단거리처럼 속도가 빠르지만 단 한 번의 기회에서 승패가 갈리기도 하는 ‘주종목’ 1000m에서 세계 최고를 지켜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박지원은 “메달을 따 시상식에 오르는 그 순간의 맛을 잊지 못해 계속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며 “세계선수권뿐 아니라 최종 목표인 올림픽 메달을 위해 항상 꾸준히 노력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성남=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