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감염증(코로나19)이 휩쓸면서 주말 전국 곳곳이 텅 빈 ‘유령도시’로 바뀌었다. 인파가 북적이던 번화가는 물론 시장과 교회, 공원, 백화점은 적막에 휩싸였다. 사람의 발길이 끊기자 상인들은 한숨만 내쉬며 손을 놓고 있다.
주말 동안 4명의 확진자가 나온 서울은 코로나19 감염 공포로 뒤덮였다. 확진자가 나온 지역 보건소는 주말에도 북적였고, 시민들 사이에선 “비상식량을 사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23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한 아파트에선 구급차가 들어오자 근처 주민들이 일제히 술렁였다. 구급대원에게 “확진자 나온 거냐. 방역복 왜 입었느냐”고 물었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다. 해당 환자는 코로나19 감염과 상관없었지만, 문정동에선 확진자 1명이 추가로 나와 불안감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확진자가 발생한 종로구와 서초구 보건소에선 오전부터 확진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을 이었다. 종로구 보건소에서 만난 추모(74)씨는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을 간 적 있는데, 검사를 받으라는 문자메시지가 10통이나 왔다”며 “내 또래는 한 번씩 다 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부 시민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출을 아예 못할 상황을 대비해 비상식량 구비에 여념이 없었다. 서초구민 이모(29)씨는 “최근 생수와 간편식품 등을 20만원어치 사서 쟁여뒀다”며 “마스크처럼 식료품값도 천정부지로 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코로나 대비 비상식량 인증’ 등 비상식량을 사뒀다는 제목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첫 확진자가 나온 뒤 첫 주말을 맞은 대구 동성로는 행인을 전혀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썰렁했다. 하루 유동인구가 50만명이 넘는 곳인데, 오가는 사람이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드물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임시 휴업한다’는 안내문을 내걸고 문을 닫은 점포도 줄을 이었다. 의류·신발가게와 편의점 등 문을 연 곳도 개점휴업 상태였다. 거리에 사람이 없어 장사를 포기하고 일찌감치 가게 문을 닫는 곳도 있었다.
부산의 번화가, 관광지 역시 한산했다. 해운대해수욕장 호안도로와 해운대시장, 번화가인 구남로 일대 음식점과 커피숍에 관광객들이 대폭 줄었다. 특급호텔과 숙박시설, 해운대 벡스코(부산전시컨벤션센터)를 찾는 발길도 뜸했다. 확진자 동선으로 분류된 해운대 센텀시티도 방문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
접경지 군인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 국방부는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전날부터 전 장병의 휴가, 외출, 외박, 면회 통제에 들어갔다.
경기도 파주 경의·중앙선 금촌역 주변 상인들은 “경기가 냉골”이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돌더니 이번엔 코로나19 악재마저 덮쳤다” “이틀 만에 지역상권이 휘청거린다”는 하소연이 줄을 이었다. PC방과 식당, 패스트푸드점, 당구장, 카페, 제과점, 모텔 등 대부분 상점은 텅 빈 채 손님을 기다렸다.
제주도 성산일출봉과 해안도로 등 주요 관광지와 제주시내는 활기를 잃었다. ‘지상 최대의 불놀이’라 불리며 전국의 관광객을 끌어모았던 제주들불축제는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아예 취소됐다. 주말이면 하루 2만명 이상이 찾는 전주 한옥마을도 관광객 발길이 크게 줄었다.
오주환 조민아 기자, 전국종합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