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의 기적’으로 대한민국 산업화와 근대화를 주도했던 경북 포항시가 국가전략특구사업에 ‘올인’하고 있다. 포항은 철강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철강경기의 부침에 따라 도시 전체의 경제가 좌지우지되는 어려운 상황을 주기적으로 반복해 왔다.
포항시는 ‘포스트(Post) 철강산업’ ‘넥스트(Next) 50년’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주력산업의 고도화와 혁신성장산업 육성에 방점을 찍고 철강 경기변동에 민감한 지역경제의 체질개선에 나섰다. 우선 첨단과학 분야에서 거둔 다양한 성과를 통해 지역경제의 새로운 축을 견고하게 세워가고 있다. 시는 지난해 ‘강소연구개발특구’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가 잇따라 선정되면서 철강 산업을 넘어 미래혁신경제의 기틀을 마련했다.
현재 시장규모는 크지 않지만, 미래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업으로 평가받는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의 경우 관련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배터리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영일만산업단지와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 일원은 이차전지업계의 선두주자인 ㈜에코프로가 생산라인의 대규모 확장을 위해 1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포스코케미칼도 내년까지 2500억원을 투자해 블루밸리국가산단에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올해 초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GS건설이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는 협약식을 가졌다.
또 올해 방사광가속기 기반의 ‘차세대 배터리 파크’ 조성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을 앞두고 있어 포항지역의 이차전지 산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포항시는 경북도와 함께 이차전지 미래제조혁신 허브전략을 구체화해 관련 전후방산업을 육성하고, 울산의 완제품 생산단지와 연계해 국가 이차전지 산업벨트를 만들겠다는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속기를 기반으로 한 신약개발클러스터의 성과가 가시화되는 등 바이오산업의 성장도 주목받고 있다. 핵심사업인 세포막단백질연구소가 정부사업으로 선정돼 국비 229억원을 확보하고 본격적인 연구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세포막단백질연구소는 질병원인의 60% 이상을 차지하지만, 분석이 어려워 제대로 다루지 못했던 세포막단백질을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해 구조와 성격을 밝혀냄으로써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국가 차원의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독창적인 신약개발이 가능하고 신약후보 물질을 도출해내는데 투자되는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1500조원 규모의 글로벌 신약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정된 ‘강소연구개발특구’ 역시 포항이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미래 성장산업을 견인할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강소연구개발특구는 포스텍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을 기술 핵심기관으로 포항테크노파크와 경제자유구역 등 인근 산업단지 배후공간이 지정됐다. 지난해 특구 지정과 함께 연구소기업 3곳을 탄생시키며 포항시가 지정받은 4대 특구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 당초 목표가 연구소기업을 설립해 연구개발(R&D) 결과물을 사업화하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포항의 ‘강소연구개발특구’는 초기부터 제대로 방향을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도 지난해 말 ‘철강 산업 재도약을 위한 기술개발사업’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기술성 평가를 통과하면서 포항의 철강 산업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총사업비 2898억원 규모로 철강소재 고부가가치화 및 친환경 자원순환 등 2개 분야 39개 연구개발과제 및 실증지원 장비 15종 구축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포항시는 경북도와 함께 관련 사업들을 하나로 연결해 ‘동해안 메가사이언스밸리’ 구축을 본격화한다는 청사진을 마련하고 있다.
▒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
“3대 국가전략특구 중심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 육성 총력”
“철강도시 포항시는 최근 지정된 3대 국가전략특구를 중심으로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을 육성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강덕(사진) 경북 포항시장은 그동안 경제와 산업, 환경과 복지 등 도시의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와 ‘혁신’을 일궈내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자부했다.
이 시장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지역의 산·학·연 자원을 활용해 미래의 먹거리를 창출하는 지역산업 육성체계를 꾸준히 만들어 가고 있다”며 “민선 7기를 맞아 ‘강소연구개발특구’ ‘배터리 규제자유특구’ ‘영일만관광특구’ 등 ‘3대 국가전략특구’ 지정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의 신성장엔진 확보는 물론 창업과 기업유치, 관광 활성화 등 산업구조 다변화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포항시는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로 영일만1산단과 블루밸리국가산단 두 곳이 지정됐다.
최근에는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에 관련 기업들의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이 시장은 포항을 명실상부한 배터리 산업의 선도도시로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2023년 7월까지 4년간 7개의 실증특례, 1개의 메뉴판식 규제특례가 적용되고 사업에 참여하는 특구사업자는 재정지원 및 세금감면, 연구개발 등의 혜택을 받게 된다”며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경북도와 협력해 시범사업과 함께 각종 세부지침 등을 정비하는 일부터 차근차근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또 “앞으로 이차전지의 ‘소재(양극재·음극재) → 배터리 → 리사이클’로 이어지는 배터리산업 생태계를 완성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4년간 3000명 이상의 직접 고용 등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포항=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