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가 돌던 소비 심리에 ‘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이라는 초대형 악재가 덮쳤다. 대구시와 경북도를 중심으로 전국으로 퍼져 나간 코로나19가 소비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소비자와 대면해야 하는 서비스업의 타격이 특히 크다. 확진자가 거쳐 가거나 확진 사례가 나온 유통매장이 문을 걸어 잠그는 일은 어느새 일상이 됐다. 이미 만신창이가 된 여행업계는 도미노 폐업을 걱정한다.
기업들도 출장 자제령을 내세우며 외부 활동을 최소화하고 있다. 주식은 대량 확진자 발생 이후 파죽지세로 떨어진다. IMF 외환위기 직격타를 맞은 1998년이나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이 몰아쳤던 2009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일 거라는 진단도 나온다. 정부가 이달 말까지 ‘특단의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내수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지난해 11월 101.1을 기록하며 지난해 4월 이후 7개월 만에 100을 넘어섰다. CSI가 100보다 높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이전보다 개선됐다고 판단한다는 의미다. 지난달에는 104.2까지 올라서며 소비 심리 회복 기대감이 더 높아졌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지역 확산 단계로 접어들면서 상승세가 주춤할 가능성이 커졌다.
소비 심리가 위축된 영향은 서비스업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매장이 확진자 동선에 포함됐거나 직원 감염 사례가 나온다면 직격타를 피할 수 없다. 이마트는 경기 고양 이마트타운 킨텍스점에 근무하는 직원이 21일 코로나19 1차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이자 선제적 예방조치 차원에서 해당 지점을 긴급 휴점했다. 이마트는 앞서 전북 군산점·경기 부천점·서울 마포공덕점·성수점을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으로 임시 휴점하기도 했다.
여행업의 피해가 특히 두드러진다. 한국여행업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2주 만에 내국인의 해외여행 취소로 누적된 손실은 300억원을 넘어섰다. 중국이 여행 불가 지역으로 지정되고 일본 등 동남아 지역 여행 자제 권고가 내려지며 신규 수요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기업 활동도 위축이 불가피해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날 국내 및 해외 출장 자제 권고령을 내렸다. 대구시·경북도 지역 방문을 특히 자제하도록 단서를 달았다.
단체 회식이나 집합 교육을 최소화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시장 역시 내리막이다.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1.49%, 2.01% 급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불안감의 확산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지대하다. 1998년과 2009년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각각 -5.1%, 0.8%를 기록했다. 내수 침체로 인해 소비가 줄어들고 그 영향이 기업 활동에 반영되는 악순환이 투영됐다. 코로나19라는 악재를 맞은 현재도 열악한 상황은 엇비슷하다. 지난해 2.0%를 기록했던 한국 경제성장률이 올해 더 떨어질 거라는 전망이 공공연히 나온다.
다급해진 정부도 경기 부양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고심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 양천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내수·소비업계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금융·세제·예산·규제혁신을 비롯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총동원해 이달 말까지 ‘1차 경기대책 패키지’를 마련해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