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격리됐던 크루즈선에서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나왔다. 일본 정부는 앞서 크루즈선 격리 조치가 적절했다며 자화자찬했지만, 선내 사망자까지 발생하면서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큰 상황에서 아베 신조 내각은 대책회의에 불성실한 모습을 보여 비난을 초래했다.
NHK방송은 요코하마항에 격리 정박됐던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감염자 2명이 20일 사망했다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사망자는 87세 남성, 84세 여성으로 모두 일본인이다. 각각 지난 11일, 12일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NHK는 “두 사람 모두 지병이 있었다”고 전했다. 오카베 노부히코 가와사키시 건강안전연구소 소장은 “지병이나 고령이라는 점, 장기간 선내에 대기했다는 점 등 다양한 변수가 얽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크루즈선 승객의 사망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가나가와현에 사는 80대 여성 감염자가 지난 13일 일본에서 처음 사망했다. 이로써 일본 내 코로나19 감염자 사망은 3명으로 늘었다. 이날 사망한 2명 외에 크루즈선에서 이송된 중증 환자가 28명 더 있어 사망자는 늘어날 수 있다.
일본의 코로나19 감염자는 이날 오후 8시30분 현재 총 726명이다. 크루즈선 승객·승무원 감염자는 634명, 선외 감염자는 92명이다. 규슈에서 첫 감염자가 나왔고, 오키나와와 삿포로에서도 감염자가 나왔다. 크루즈선 업무에 투입된 공무원의 감염도 확인됐다. 후생성 소속 40대 남성과 내각관방 소속 30대 남성이다. 이들은 지난 12일 선내 사무 업무를 도운 뒤 인근 호텔에 묵었다. 감염 사실을 모르고 이동해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이 있다.
아베 정권은 불과 이틀 전 “정부의 대응은 적절했다”며 크루즈선 격리 조치가 대규모 집단 감염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을 반박했다. 하지만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NIID)는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선내 객실 격리 후 감염이 일부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의 불성실한 대책회의도 도마에 올랐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 모리 사카로 법무상,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이 지난 16일 모든 각료가 참석해야 하는 코로나19 대책회의에 결석했다고 전했다. 고이즈미 환경상은 특히 후원회의 신년회 자리에서 술을 마시며 웃고 즐기는 사진이 공개돼 19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야당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가 본부장인 코로나19 대책 회의가 지난 1일부터 총 11번 열렸지만, 총 9명의 장관이 1번씩은 결석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의 ‘8분 출석’에도 비판이 잇따른다. 그는 지난 14일 오후 5시26분부터 34분까지 단 8분만 회의에 참석했다. 이후 오후 6시39분부터 3시간을 도쿄의 한 호텔에서 기타 쓰네오 니혼게이자이신문 회장 등과 회식을 했다. 일본 네티즌들은 소셜미디어에 “어제도 소장파와 회식, 그 전에는 공저에서 회식” 등 비판 댓글을 잇따라 올렸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