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감염’ 대구 음압병실 부족… 일부는 자택 격리

입력 2020-02-21 04:05

대구·경북 지역에만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51명 대폭 추가되는 등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되자 병상, 의료진 등 의료자원 부족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대구에서 발생한 확진자 중 일부는 음압병상(공기 중 바이러스를 병실 밖으로 못 나가게 잡아두는 병실)이 모자라 본인 자택이나 일반 병실에 우선 격리 조치됐다. 또 확진자가 다녀간 상급병원 응급실이 줄줄이 폐쇄되면서 다른 응급질환자들에 대한 치료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대구에서 추가 확진된 환자 51명 중 최소 7명은 음압병실 부족 문제로 병상을 배정받지 못했다. 현재 보건 당국은 코로나19의 높은 전파력을 감안해 확진자를 음압병실에서 1인 격리 치료하고 있다.

대구엔 음압병실이 33개(54개 병상)가 있지만 이 중 일부는 다른 질환자들에게 배정돼 있어 사용 가능한 병실은 30개에 그친다. 이날 발생한 추가 확진자 중 15명만 대구 음압병실에 격리됐다. 나머지 확진자 중 다수는 포항 등 인근 지역 음압병상으로 이송됐다. 음압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확진자는 일반 병실이나 본인 자택에 우선 격리됐다.

코로나19 유행이 본격 시작되고 있지만 현재 전국 국가지정 입원 치료병원의 음압병실은 161곳, 병상은 198개에 불과하다. 지역 거점병원이나 민간 의료기관 등이 보유한 음압병상을 모두 합쳐도 지난해 12월 기준 755개 병실의 1027개뿐이다.

보건 당국은 서둘러 감염전문병원 지정에 나섰지만 설상가상으로 그곳에서 일할 의료인력도 부족하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병상 추가 마련을 위해 대구의료원 등을 감염전문병원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감염전문병원으로 지정된 병원은 다른 질환자를 타 병원으로 이동시키고 코로나19 확진자 격리 치료를 맡게 된다. 그러나 대구시는 “시설도 부족하지만 의료진 수도 너무 부족하다”며 “중앙에서 오늘 20여명이 파견 지원을 오긴 했으나 앞으로도 효율적인 인력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문제는 확진자들이 다녀간 응급실이 폐쇄되면서 다른 응급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손장욱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 후베이성도 병원 폐쇄로 인해 항암치료나 다른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에게 문제가 생겼다. 의료시스템이 무너지고 사망자가 급증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현재 대구는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가톨릭병원 응급실이 폐쇄돼 소독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도 폐쇄 후 이날 오전 진료를 재개했지만 의료진 다수가 14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해 인력이 부족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됐다고 보고 중증환자에게 의료자원을 집중하는 등 사망자를 줄여 피해를 최소화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경증환자까지 모두 음압시설에 격리하는 건 비효율적”이라며 “경증환자는 스스로 회복이 가능한 만큼 전문가의 관리하에 자택에서 회복시키고 중증환자들이 입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응급실에서 확진자들이 섞이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1차 의료기관의 선별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선별진료소 외에 호흡기 증상, 발열 등 코로나19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만 갈 수 있는 보건소를 따로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