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갑 공천 논란’은 민주당 노선 갈등… 교통정리 나선 지도부

입력 2020-02-21 04:03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가 20일 국회에서 출범식을 열고 있다. 왼쪽부터 이인영 수도권선대위원장, 이낙연·이해찬 공동상임선대위원장, 김부겸 대구·경북선대위원장, 최혜영 공동선대위원장. 이낙연 위원장은 “훨씬 더 겸손한 자세로 선거에 임하겠다. 오만과 독선에 기울지 않도록 스스로를 경계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조국 내전’ 위기를 가져온 더불어민주당의 서울 강서갑 공천 논란으로 그동안 민주당에 잠복해 있던 노선 갈등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중도층으로 확장해야 4·15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쪽과 선명한 당 정체성을 앞세워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켜야 한다는 세력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당 지도부는 사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교통정리에 나섰다.

강서갑 공천 문제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진 20일 이해찬 대표가 직접 진화에 나섰다. 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는 (강서갑에 공천을 신청한) 금태섭 의원과 김남국 변호사 두 분 모두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두 훌륭한 재원들이 소중하게 쓰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겠다는 게 대표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는 김 변호사 거취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근형 전략공관위 간사는 “현역 지역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경선이 원칙”이라면서도 “우리 당이 갖고 있는 소중한 자산들을 적절히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정무적 판단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관위는 21일 회의를 열고 김 변호사 문제를 논의한다. 이르면 이번 주 내에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김 변호사를 다른 지역구에 배치하거나 비례대표 순번을 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김 변호사와 금 의원이 경선으로 정면충돌하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 의원이 패하면 중도층이 이탈하고, 김 변호사가 지면 핵심 지지층이 반발하게 된다. 또 경선을 치르려면 수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당으로서는 논란이 오래 지속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국민일보와 만나 “경선을 치르지 않고 둘 다 살리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으로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며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썼다. 대구·경북선대위원장을 맡은 김부겸 의원은 “최근의 모 언론 칼럼(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가 쓴 ‘민주당만 빼고’)과 공천 잡음이 국민들을 절망하게 할 것이다. 잘못한 점은 잘못했다고 용서를 비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당 지도부의 대처가 부적절했다고 꼬집었다.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당에서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김 변호사 문제는) 큰 방향에서 정리가 된 상태이며 곧 결과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 변호사는 MBC 라디오에 출연해 “(금 의원이) 경선 자체를 하지 못하게 하려고 ‘B급 정치’를 하고 있는데, 이런 저질 B급 정치 좀 안 했으면 좋겠다”고 비난했다. 앞서 공천 부적격 판정을 받아 강서갑 출마가 무산된 정봉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소위 ‘중도뽕’을 맞은 의원들이 김남국을 도륙하고 있다. 김해영 의원 등 몇 명의 ‘입진보’들이 험지로 나가라고 한다”며 김 변호사를 거들었다.

이가현 신재희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