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여사 “저도 계획이 있었다” ‘대파 짜파구리’ 대접

입력 2020-02-21 04:04
청와대에서 20일 열린 영화 ‘기생충’ 제작진 초청 오찬에서 봉준호 감독이 발언하자 참석자 모두가 웃고 있다. 봉 감독은 문재인 대통령의 축사가 끝난 뒤 “대통령님 길게 말씀하시는 것 보면서 저는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고 말했다. 김정숙 여사 오른쪽은 배우 송강호, 박소담씨. 서영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영화 ‘기생충’ 제작진과 배우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인 불평등 문제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기생충’이 보여준 사회의식에 대해 깊이 공감한다. 불평등 해소를 최고의 국정 목표로 삼고 있는데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 애가 탄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문화예술계도 불평등이 존재하고 있다. 영화 제작 현장 등에서 불평등한 요소들이 남아 있다”면서 “영화 제작 현장에서 주52시간 근무가 지켜지도록 정부가 노력하겠다. 봉 감독과 제작사가 솔선수범해 그것을 준수해주셨는데 그 점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또 “스크린 독과점을 막을 스크린 상한제가 빨리 도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영화산업 융성을 위해 확실히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그러나 간섭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봉 감독이 박근혜정부 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봉 감독은 문 대통령의 긴 축사를 들은 뒤 “너무 조리 있고, 완벽한 어휘를 선택해 기승전결로 마무리하는 것을 보며 글 쓰는 사람으로서 충격에 빠졌다”고 말했다.

아카데미 4개 부문 수상을 이뤄낸 ‘기생충’ 팀과의 오찬에는 김정숙 여사가 만든 ‘대파 짜파구리’가 나왔다. 짜파게티와 너구리 라면을 섞은 짜파구리는 영화의 소재 중 하나였다. 김 여사는 “저도 계획이 있었다”며 “(잘 안 팔려 시름이 깊은) 상인들도 위할 겸 어제 작정하고 대파를 구입한 뒤 이연복 셰프에게 짜파구리를 어떻게 연결시킬지 듣고 돼지고기 목심을 썼다”고 소개했다.

오찬에 앞선 환담에는 봉 감독의 대학 동기인 육성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도 동석했다. 육 행정관은 봉 감독이 결혼 후 조연출로 일하며 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때 쌀 한 포대를 나눠줬다고 한다.

봉 감독은 문 대통령 부부에게 “즉석 퀴즈를 내겠다”며 출연진 한 명의 극중 배역 이름을 물었고 김 여사가 맞혔다. 주연배우 송강호씨는 문 대통령에게 봉 감독이 쓴 각본집 2권을 선물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