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0일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영화 ‘기생충’ 제작진과 배우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인 불평등 문제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기생충’이 보여준 사회의식에 대해 깊이 공감한다. 불평등 해소를 최고의 국정 목표로 삼고 있는데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 애가 탄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문화예술계도 불평등이 존재하고 있다. 영화 제작 현장 등에서 불평등한 요소들이 남아 있다”면서 “영화 제작 현장에서 주52시간 근무가 지켜지도록 정부가 노력하겠다. 봉 감독과 제작사가 솔선수범해 그것을 준수해주셨는데 그 점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또 “스크린 독과점을 막을 스크린 상한제가 빨리 도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영화산업 융성을 위해 확실히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그러나 간섭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봉 감독이 박근혜정부 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봉 감독은 문 대통령의 긴 축사를 들은 뒤 “너무 조리 있고, 완벽한 어휘를 선택해 기승전결로 마무리하는 것을 보며 글 쓰는 사람으로서 충격에 빠졌다”고 말했다.
아카데미 4개 부문 수상을 이뤄낸 ‘기생충’ 팀과의 오찬에는 김정숙 여사가 만든 ‘대파 짜파구리’가 나왔다. 짜파게티와 너구리 라면을 섞은 짜파구리는 영화의 소재 중 하나였다. 김 여사는 “저도 계획이 있었다”며 “(잘 안 팔려 시름이 깊은) 상인들도 위할 겸 어제 작정하고 대파를 구입한 뒤 이연복 셰프에게 짜파구리를 어떻게 연결시킬지 듣고 돼지고기 목심을 썼다”고 소개했다.
오찬에 앞선 환담에는 봉 감독의 대학 동기인 육성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도 동석했다. 육 행정관은 봉 감독이 결혼 후 조연출로 일하며 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때 쌀 한 포대를 나눠줬다고 한다.
봉 감독은 문 대통령 부부에게 “즉석 퀴즈를 내겠다”며 출연진 한 명의 극중 배역 이름을 물었고 김 여사가 맞혔다. 주연배우 송강호씨는 문 대통령에게 봉 감독이 쓴 각본집 2권을 선물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