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은 계획 살인” 무기징역… 의붓아들 살해 혐의는 무죄로

입력 2020-02-21 04:02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고유정이 20일 오후 1심 선고공판 출석을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제주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전 남편(36)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37)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의붓아들(5) 살해 혐의는 무죄가 내려졌다. 법원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법정 경위를 평소보다 두 배가량 늘리는 등 재판정엔 초반부터 긴장감이 돌았으나, 판결 직후 방청석에는 정적만 흘렀다. 이번 판결로 아들의 사망 가해 주체를 명확히 밝혀내지 못하게 된 친부는 한동안 법정을 떠나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부장판사 정봉기)는 20일 전 남편 살인과 시신 손괴·은닉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고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잔인한 범행을 구체적으로 계획해 실행하고, 천륜인 아들과 친아버지의 관계를 회복할 수 없이 단절시켰다는 점에서 피고인의 죄질이 대단히 불량하다”며 “이번 범죄의 잔혹성과 중대성, 유족의 슬픔, 사회에 미치는 파장, 양형 기준을 고려해 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고유정은 전 남편을 죽이기는 했으나 성폭행하려 하자 들고 있던 식도로 한 차례 찔렀을 뿐 카레에 졸피뎀 성분을 넣어 의도적으로 살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현장에서 발견된 혈흔 대부분이 피해자의 것인 데다 혈흔 형태가 정지이탈흔으로 고유정이 재차 칼을 반복해 찌르는 과정에서 생성된 것으로 보이는 점, 고유정 몸에 별다른 상처가 없었다는 점이 수면제를 먹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친아빠 홍모씨가 수면제를 먹었는지가 쟁점인데, 국과수의 모발 감정에서 독세핀 성분이 나왔지만 홍씨 모발이 짧아 분절 감정을 하지 못해 독세핀 섭취 시기를 단정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또 고유정이 단란한 가정을 이루는 데 의붓아들이 걸림돌이 됐다는 검찰 측 주장은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무죄가 선고되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친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재판정을 나오며 “열흘 후면 아이가 죽은 지 1년이 되는데, 고유정이 무죄라면 저는 아빠로서 제 아이가 죽은 이유조차 모르는 사람이 된다”고 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