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중국 ‘코로나19와 전쟁’서 진가 발휘하다

입력 2020-02-21 04:04

블록체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방패’로 떠오르고 있다. 블록체인 플랫폼에선 각종 데이터가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점이 힘을 발휘한다. 가장 주목받는 지점은 구호물품 기부자와 코로나19 피해자 간 ‘징검다리’ 역할이다. 기부부터 수령까지 전 과정이 블록체인 플랫폼에 기록된다. 블록체인은 수많은 컴퓨터에 각종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는 기술이다. 데이터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지만 플랫폼 참여자들이 공동으로 데이터 위조나 변조를 감시해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금융권에서도 블록체인의 활약이 돋보인다. 은행은 블록체인 플랫폼에 등록된 각종 신용데이터를 이용해 코로나19 피해기업에 신속하게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보험업계도 코로나 확진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면 신원을 파악하는 데 블록체인을 이용한다. 블록체인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중국의 디지털화폐(CBDC) 발행 기대감도 상승 중이다. 사람의 손을 거치는 실물 화폐는 바이러스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로 위상이 떨어지고 있다.

중국 스타트업 ‘하이퍼체인’은 지난 4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물품 기부 포털을 선보였다. 중국 우한시의 의료단체들은 의료 물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중간에 물품을 가로채는 사례도 빈번하다. 중국 적십자조차 응급물자를 제대로 전하지 못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하지만 이 포털을 이용하면 기부한 물품이나 자금이 제대로 전달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블록체인 플랫폼에 피해지역 상황이나 구호물품 지원 현황도 계속 공유된다. 필요하면 영수증까지 끊어준다.

은행들은 블록체인 플랫폼에 기록된 기업의 각종 데이터로 신용평가를 하고 대출을 내준다. 중국 외환관리국에 따르면 87개 기업이 춘제(春節) 이후 ‘국가 간 금융 블록체인 서비스’를 통해 2억 달러 이상을 대출받았다. 이 서비스는 외환 당국이 지난해 3월부터 직접 운영하고 있는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보험사들은 확진자 신원 파악에 블록체인을 이용하고 있다. 알리바바그룹 계열사인 앤트파이낸셜은 코로나19를 보험금 청구 가능 질병목록에 추가했다.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면 블록체인 플랫폼에 등록된 병원 기록을 참고해 신원을 파악한다. 확진자로 확인되면 보험금을 알리페이로 지급한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블록체인이 뜨자 자연스레 중국의 디지털화폐에도 관심이 쏠린다. 디지털화폐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된 전자화폐를 말한다. 실물화폐의 단점을 보완할 ‘미래 화폐’라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에선 최근 실물화폐가 감염병을 옮기는 골칫덩이 취급을 받는 중이다. 정부가 나서서 코로나19 피해지역의 실물화폐를 파쇄하기도 한다. 리리후이 전 인민은행 총재가 “코로나19로 디지털화폐 발행이 빨라질 수 있다”고 말한 배경이기도 하다.

박성준 동국대 지식정보연구소 연구센터장은 20일 “중국의 디지털화폐에 블록체인이 얼마나 접목될지 미지수지만 환율 변동성에 따른 충격을 덜기 위해서라도 올해 안에 디지털화폐를 발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