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질 아파트 공급 대책 없이 또 ‘두더지 잡기’규제

입력 2020-02-21 04:03
최근 부동산 가격을 밀어 올리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양질의 주택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와 초저금리로 폭증했지만 갈 데 없는 유동성이다. 이 두 요인에 대한 근본적 대응 없이 수요 규제에 초점을 맞춘 대책을 아무리 쏟아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20일 이번 정부 들어 19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경기도 수원 영통·권선·장안구와 안양 만안구, 의왕 등 수도권 5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게 골자다. 조정대상지역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기존 60%에서 50%로 낮추되 9억원이 넘는 아파트 중 9억원 초과분에 대한 LTV는 30%로 하향했다. 지난해 서울 강남권과 마포·용산·성동구 등 핵심 입지를 겨냥한 12·16 대책 이후 ‘풍선 효과’로 수도권 남부 부동산값이 급등하자 내놓은 응급조치 성격이 짙다.

하지만 근본 원인은 건드리지도 않은 땜질식 처방의 표본이다. 우선, 핀셋식 규제라면서도 가격이 이미 급등한 일부 지역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빠졌다. 수원 팔달구와 광교지구, 용인 수지·기흥구 등이다. ‘수용성(수원·용인·성남)’을 대상으로 추가 대책 발표가 예고되자 총선을 의식해 여당에서 강하게 반발했는데, 결국 그렇게 됐다. 앞으로 오산, 평택, 시흥, 인천, 구리 등에서 제2의 풍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가 이미 돌고 있다. 나라 전체를 대상으로 이런 ‘두더지 잡기’식 규제가 반복될 판이다.

정부는 가격 급등이 투기수요 탓이라고 하는데 그렇지만은 않다. 실수요자들 사이에 서울 도심 등 선호 지역 아파트 공급이 충분치 않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가격 오름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다.

지금처럼 아파트 공급 대책 없이 가격만 누르면 수도권 전역, 심지어 충청권까지 풍선 효과가 퍼질 수 있다. 대책이 거듭될수록 두더지 잡기식 대책에 대한 내성도 커질 것이다. 공급 대책도 병행해 실수요자들의 조바심, 지금이라도 사야겠다는 불안감을 해소하는 게 급선무다. 규제책만 쏟아내면서 서울 강남에서 서울 변두리, 이제는 수도권 아파트값까지 급등하는데도 외골수이니, 답답한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