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닌 나는 고등학교 때 방언을 체험하며 하나님이 진짜 살아계시다는 것을 한 순간에 느꼈다. 하지만 방언도, 뜨거웠던 마음도 서서히 사라지며 ‘하나님이 정말 살아계실까?’ 하며 고민하게 됐고 이내 ‘신앙생활이 다 그런 거지 뭐!’ 하면서 자포자기하기 시작했다. 대학에 진학해 한마음교회 기숙사에 들어갔는데 형들의 확신에 찬 모습을 보며 ‘나도 형들처럼 하나님에 대해 확신하면서 살 수 있겠지!’ 하는 기대가 됐다. 하지만 늘 술자리인 대학생활은 만만치 않았고 자연히 하나님과 세상 사이에 끼어 왕따가 됐다.
교회 공동체는 매일 기쁨과 감사와 감격이 넘쳤지만 나는 정반대였다. 간증을 기록하는 것도 힘들었고 말씀을 들을수록 마음은 무거워지고 말씀대로 순종하지 못하는 내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다. 그렇게 신앙과 삶의 틈에 끼어 방황할 때 담당 교수님이 뜻밖의 제안을 하셨다. 중앙아시아 지역에 연구소를 계획 중인데 연구원으로 나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돈 안 들고 학위도 받을 수 있고 동경하던 외국생활을 한다는 기대와 흥분을 억누를 수 없었다.
바로 수락하고 준비를 시작했다. 그런데 떠나는 시간이 가까워지자 마음이 점점 심란해졌다. ‘내가 다른 곳에 가서 하나님을 모른 척 하고 살다가 지옥 가면 어쩌지?’ 마지막 희망을 걸고 목사님께 고민과 혼란스러운 심경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목사님께서는 예배시간에 전 성도에게 읽어주었고 함께 중보기도를 해주었다. 새로운 마음으로 고린도전서 15장을 읽어나갔다. ‘내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다. 제자들도 예수님의 형제들도 다 보았고 심지어 500여 형제들에게 일시에 보이셨다! 예수님께서 진짜 부활하셨다!’는 사도 바울의 고백이 들렸다. 그리고 ‘나나 그들이나 이같이 전파하매 너희도 이같이 믿었다”는 말씀이 가슴에 닿았다.
내가 변화되기 위해 확실한 체험이나 뜨거운 감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한 순간에 깨졌다. 감격, 체험이 아니라 예수님이 부활하셨기 때문에 하나님이 살아계신 것이고 그 증거는 오직 예수님의 부활뿐이었다. 세상을 사랑하는 위장된 신앙, 화석처럼 굳어진 말씀들, 내 안의 모든 문제도 부활하신 예수님 앞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세 번 부인했던 베드로, 동생 야고보, 믿는 자들을 핍박하던 사울, 모두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것이다.
바로 내 모습이 정확히 비쳤다. 하나님은 나와 함께하고 싶어 십자가에 목숨까지 버리고 부활하셨는데 내가 주인 되어 그 사랑을 무시했던 죄를 알게 되자 바로 엎드렸다. ‘하나님! 회개합니다. 제가 예수님을 믿지 않았습니다. 부활의 증거까지 보여 주셨는데 내 마음 내 뜻대로 살았습니다. 회개합니다!’ 그렇게 회개하고 비로소 나는 하나님의 영원한 자녀가 됐다.
주님과 동행하는 하루하루가 너무 감사했고 현실도피로 계획했던 해외유학을 단숨에 포기했다. 때맞춰 하나님께서는 교회기숙사 리더를 맡겨주셨다. 회사 동료들과 회식자리도 즐겁게 참가해 뒷정리와 대리운전도 해주었다. 모든 삶이 감사했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직장 선배 한 분이 교회에 와서 함께 예배를 드리기도 했고 귀한 만남은 계속되고 있다. 지금 나는 교회 찬양팀의 음향엔지니어로 섬긴다. 세상과 하나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내게 교회 공동체를 섬길 수 있는 기회를 주시고 부활의 복음으로 영혼을 향해 달려가도록 인도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박정훈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