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이 언제부터 문제였는데… 가해 전화번호 신고제 개선 지지부진

입력 2020-02-23 17:53

최근 자신을 검사라고 사칭한 이들에게 보이스피싱을 당한 20대 청년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처럼 매년 보이스피싱 피해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반면 금융위원회는 보이스피싱 개선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감사원의 주의를 받는 등 해결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감사원의 ‘금융소비자 보호 추진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는 보이스피싱 피해구제신청서 양식에 가해 전화번호 신고 항목을 포함해달라는 금융감독원의 지속적인 건의에 검토도 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금융위가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금감원에 피해구제를 요청하는 피해구제신청서 양식에 전화번호 이용중지 조치 관련 내용은 별도로 만들지 않아 피해자들의 신청이 저조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2016년 7월29일부터 보이스피싱 가해 전화번호가 확인되면 해당 번호를 이용중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해왔다.

금감원에 접수된 보이스피싱 피해구제 신청을 기준으로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을 살펴보면 피해자 수는 2016년 2만7487명에서 2018년 4만8743명으로 1.7배, 피해금액도 2016년 1924억원에서 2018년 4440억원으로 2.3배 증가했다. 그런데 피해자의 신고를 받아 전화번호 이용중지를 요청한 건수는 2017년 2148건, 2018년 2402건, 2019년 상반기 769건에 불과했다.

특히 피해자 수 대비 전화번호 이용중지 요청 건수 비율은 2017년에 6.95%를 기록한 후 2019년 상반기에는 2.96%로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피해자의 신고를 받아 보이스피싱 가해 전화번호 이용중지를 요청하는 건수가 일반인의 제보를 받아 이용중지를 요청한 건수보다 오히려 적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금감원의 요청을 이행하지 않은 금융위가 제도개선의 실효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건 검토를 소홀히 한 것으로 봤다. 기존 피해구제신청서 양식에 피해자 휴대전화의 통신사명, 가해자 전화번호 및 통화 일시와 개인정보 제공 동의란만 추가하면 되므로 지급정지가 지연되지 않기 때문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앞으로 전기통신금융사기 예방 관련 대책 등이 불합리한 사유로 부결되는 일이 없도록 업무를 철저히 주문했다”며 “(앞으로)보이스피싱 가해 전화번호 신고 제도개선 관련 검토업무를 소홀히 한 관련자에게는 주의를 주라고 금융위원장에게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위는 전화번호 이용중지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및 추진하겠다고 했다”며 “감사원은 집행전말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감사원은 이 같은 금융위의 제도개선에 대한 미온적 태도로 인해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조사했다. 지난해 4월1일부터 7월22일까지 총 113일간 신고된 가해 전화번호 중 이용중지되지 않은 전화번호로 추가 피해가 발생한 사례를 확인해 본 결과 보이스피싱 가해 전화번호로 169명이 추가범죄 피해를 입고 금액만 약 23억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조진수 쿠키뉴스 기자 rokmc43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