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서울 강서갑 공천 논란이 ‘조국 대 반(反)조국’ 구도로 확전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던 금태섭 의원 지역구에서 금 의원이 ‘조국 백서’ 필진인 김남국 변호사와 대결하게 된 것이다. 당 주변에서는 ‘제2의 조국 사태’ 재현으로 표심이 이탈할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변호사는 예비후보 추가 공모 마감시한인 19일 당 공천관리위원회에 강서갑 후보로 접수했다. 총선기획단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강선우 전 부대변인도 강서갑에 신청했다. 공관위가 심사에서 김 변호사와 강 위원의 경쟁력이 금 의원과 현격한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면 경선이 실시된다.
민주당은 김 변호사 문제로 하루종일 어수선했다. 소장파 김해영·박용진 의원이 잇따라 공개적으로 비판 목소리를 냈다. 김 의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청년정치는 기득권이나 사회통념에 비판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보여주는 정치”라며 김 변호사를 향해 “스스로 정치 영역에서 청년정신을 실현해 왔는지 되물어보길 권해드린다”고 말했다. 전날 “청년으로부터 공정한 경쟁을 할 기회를 뺏지 말라”고 했던 김 변호사에게 일침을 가한 것이다. 이에 김 변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신입사원을 뽑는데 왜 경력직을 찾느냐. 지금은 내부를 향해 총질할 때가 아니다”고 맞섰다.
박 의원은 입장문에서 “우리 당이 민심을 대하는 균형감각을 잃지는 않았는지, 2016년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의 태도를 반면교사로 삼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변호사 논란을 두고 ‘진문(진짜문재인계) 공천’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2016년 총선 때 새누리당의 참패 요인이었던 ‘진박(진짜박근혜계) 공천’과 같은 실수를 하지 말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페이스북에만 5개의 글을 올리며 적극 반박했다. 그는 “금태섭 의원님, 비겁하게 ‘조국 수호’ 프레임 뒤에 숨지 말라” “당원들은 ‘조국 수호’를 ‘검찰 개혁’으로 이해한다. 의원님은 검찰 개혁에 반대하시는 것이냐”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의원들은 김 변호사 문제가 총선에 악재가 될까 걱정하고 있다.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이를 놓고 토론을 벌이는 모습이 한 언론사에 포착되기도 했다. 단체방에서 한 의원은 “조국 관련 여러 상황의 옳고 그름을 떠나 국민 정서와 어긋나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총선을 두 달여 앞둔 시점에서 조 전 장관을 소환하는 모양은 선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는 우선 공관위 심사를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한 최고위원은 “오늘 비공개 최고위에서 관련 언급은 일절 없었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공관위 심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걸러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설훈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 나와 “이해찬 대표가 금 의원에게 ‘열심히 하라’고 했다”며 “시스템에 따라 당당하게 경선을 치르면 된다”고 말했다.
이가현 박재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