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 삼길포, 가로등 불빛·반영,바다 갈라짐 다리의 몽환경

입력 2020-02-19 17:57 수정 2020-02-26 17:13
서해 가로림만 앞바다에 떠 있는 충남 서산시 대산읍 웅도로 이어지는 유두교가 밀물 때 가로등 불빛 아래 바닷물에 잠기면서 이색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섬으로 연결되는 유일한 통로인 다리는 하루에 두 번 닫힌다.

서해 가로림만 앞바다에 떠 있는 충남 서산시 대산읍 웅도(熊島).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곰이 웅크리고 앉은 형태와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해안선 길이가 5㎞에 불과하고 면적도 1.58㎢인 작은 섬이다. 조선시대 인조 때 문신 김자점(金自點·1588~1651)이 역적으로 몰려 귀양을 오게 되면서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봄에는 바지락, 여름엔 낙지, 가을엔 다시 바지락을 캐다가 겨울이 되면 굴을 캐고 파래를 건진다.

섬으로 가는 길은 하루 두 번 열린다. 엄밀히 말하면 하루 두 번 닫힌다. 열려 있는 시간이 닫혀 있는 시간보다 훨씬 길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섬과 뭍을 연결하는 통로인 약 370m 길이의 콘크리트 다리를 ‘유두교’라고 부른다. 썰물 때 드러나는 잠수교를 건너면 웅도다.

물때를 잘 맞춰야 웅도로 들어갈 수 있다. 인터넷 등을 통해 국립해양조사원에서 발표하는 ‘바다 갈라짐’ 시간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웅도 바다 갈라짐’을 연출하는 신비의 다리를 지나 섬에 들어서면 도로 오른쪽 커다란 표석에 새겨진 ‘웅도리, 바지락·굴·낙지의 고장 환영합니다’라는 글귀가 반긴다. 이어 어촌체험장이 나온다. 봄이 오면 웅도의 특산물인 바지락 캐기를 비롯해 낙지잡이와 망둑어 낚시, 족대 체험이 가능하다. 요즘은 깡통열차 타기만 가능하다. 사람이 탈 수 있도록 개조한 드럼통을 사륜 바이크에 기차처럼 줄줄이 연결했는데, 아이는 물론 어른에게도 색다른 체험이다.

웅도어촌체험마을 사무실 옆으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팔각정과 나무로 만들어진 ‘조망 데크’도 눈에 들어온다. 데크를 따라 천천히 걸으면 은빛 바다와 광활한 갯벌이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이어 길을 따라 학교터, 마을회관, 교회가 차례로 나타난다. 대산초등학교 웅도분교는 1952년 개교해 2016년 폐교됐다. 그 터에 펜션단지 공사가 한창이다. 선착장 가기 직전에 김자점의 귀양 온 유래와 함께 내려오는 김해 김씨 사당이 나온다.

선착장에 닿으면 서해에서도 생태계의 보고로 평가되는 가로림만에 펼쳐져 있는 거대한 갯벌을 만나게 된다. 다양한 유기물과 갖가지 바다 생물이 살아 숨 쉬는 갯벌은 자연 학습장이자 생태계의 보고(寶庫)이다. 예부터 바지락과 굴, 낙지가 마를 날이 없었다. 금세 자루를 가득 채운 바지락을 마을까지 옮기느라 소달구지가 늘어선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다. 웅도는 섬이지만 논과 밭이 흔해 집집마다 소를 키웠다. 게다가 달구지 나무 바퀴가 갯벌에 빠지거나 염분에 쉽게 부식되지 않아 경운기보다 유용한 운송 수단이었다.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유두교는 야경 사진 촬영명소다. 해가 지고 가로등에 불이 들어올 때 다리가 물에 잠기는 모습이 사진작가와 여행자들을 불러 모은다. 아스라이 이어지는 곡선의 가드레일과 가로등의 불빛 및 그 반영 등이 어우러지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밀물 때는 바닷물이 다리를 넘어 반대편으로 작은 폭포처럼 떨어진다. 파문이 빨래판처럼 줄무늬를 빚어놓는 모습도 매력적이다.

갯벌 대신 몽돌로 덮여 있는 벌천포해수욕장.

웅도에서 가까운 곳에 벌천포가 있다. 가로림만의 초입으로 서산시 대산읍의 ‘땅끝’이다. 갯벌의 끝이라는 뜻으로 ‘벌말’이라고도 불린다. 벌천포에서 300m가량 더 안쪽으로 들어간 곳에 벌천포해수욕장이 있다. 서해의 다른 해수욕장과 달리 갯벌이 없고 몽돌로 덮여 있고, 물이 맑기로 유명하다. 반달형 해변 지형상 파도가 치기 어려운 조건이어서 모난 돌들이 서로 몸을 부딪칠 기회가 적어 몽돌로 남아 있다. 해수욕장 가장자리에는 울창한 소나무 숲과 기암괴석이 바다와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파도가 깎아지른 바위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지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운이 좋으면 ‘귀염둥이 물범’이라는 애칭을 가진 천연기념물 제331호 잔점박이물범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입장료도, 주차비도 없고 쓰레기수거비도 받지 않는다. 특히 솔밭에 자리잡은 오토캠핑장은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인기다. 조용하고 한적한 휴양지를 찾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서산의 북쪽 관문에 해당하는 삼길포항 우럭 등대.

가로림만에서는 벗어나지만 대산읍의 바다를 즐기기에 좋은 곳이 또 있다. 서산의 북쪽 관문에 해당하는 삼길포항이다. 풍성한 해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즐기려는 여행객과 짜릿한 손맛을 기대하는 강태공들이 모여든다.

삼길포 명물은 선상 어시장이다. 바다 위에 부교를 만들어 배를 정박시키고 즉석에서 활어회를 떠 판다. 취급하는 어종은 우럭, 광어, 노래미, 광어, 도다리, 간재미, 붕장어 등이다. 우럭이 가장 인기 있다. 요즘은 양식이 더 많고, 6월이 되면 자연산이 많아진다고 한다.

여행메모

서산~대산읍~웅도 37㎞, 40분가량 소요
박속낙지탕·낙지·게국지… 먹거리 다양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간다면 서해안고속도로 서산나들목에서 빠진다. 32번 국도로 서산 시내까지 간 뒤 29번 국도로 갈아탄다. 대산읍 첫번째 신호등에서 오지리 쪽으로 좌회전해 3㎞가량 달리다 대산초등학교 웅도분교장 표지판에서 다시 좌회전. 3㎞ 정도 달리면 웅도와 연결되는 시멘트 포장도로가 나온다. 서산시에서 대산읍까지 30㎞로 30분가량 걸리며, 대산읍에서 웅도까지 7㎞로 10분가량 소요된다. 송악나들목에서 빠져 석문을 거쳐 삼길포를 지나가는 길을 잡아도 된다.

대중교통으로는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서산까지 20~30분 간격으로 버스가 운행한다. 약 1시간5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도 하루 4회 출발한다. 서산공용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200번 버스 이용한 뒤 대산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246번 버스로 환승하면 된다.

웅도에는 식당이 없다. 식당이나 가게는 대산읍을 이용하는 게 좋다. 웅도 어촌계에서 민박을 알선해준다. 웅도 민박은 최근 3실 규모의 시설을 새로 지었다. 민박집에서 식사도 해결할 수 있다. 먹거리로는 서산의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박속낙지탕, 세발낙지, 게국지 등이 있다. 삼길포에는 숙박업소들이 있다.

서산=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