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꺼번에 18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진 19일 대구·경북 지역은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러다 ‘슈퍼 전파지’ 오명을 쓰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 지역 전체로 퍼지는 양상이다.
확진자들이 하나같이 해외여행 이력이 없고, 초기 증상도 모른 채 거리를 활보해 어디서 어떻게 감염됐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전체에 불안과 공포가 몰아닥치자 시민들은 외출마저 꺼리고 있다. 일각에선 ‘대구를 봉쇄하자’는 주장까지 나왔지만 정부는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대구시는 19일 우선 확진자들의 동선을 따라 관련 병원과 시설, 업소들을 무더기 폐쇄조치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코로나19의 추가 확산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판단에서다.
시교육청은 343개 유치원 전체를 전면 휴업하기로 했다. 또 초·중·고등학교 개학을 열흘간 연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코로나19 위기대응 단계를 ‘심각’ 수준으로 인식하고 강은희 교육감을 반장으로 하는 비상대책반을 꾸리기로 했다. 학교별로 방과후활동 프로그램도 전면 중단하고 기숙사 운영도 중단키로 했다. 사설 학원은 자체적으로 학생과 학부모 의견을 수렴해 휴원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시내 공공기관과 시설도 속속 문을 닫았다. 대구시설공단은 3월 3일까지 두류수영장,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 서재문화체육센터, 대구실내빙상장의 임시휴관을 결정했다. 공공도서관들도 대부분 다음 달 3~4일까지 휴관을 결정했고 문화센터도 강의를 중단했다.
시는 21일 열릴 예정이던 ‘대구시민의 날’ 행사를 취소했다. BTS(방탄소년단) 등 인기가수 출연으로 관심을 모았던 SBS 인기가요 슈퍼콘서트도 잠정 연기됐다.
31번째 확진자가 입원했던 새로난한방병원에서 불과 수백m 떨어진 경신고는 출입을 전면통제했다. 인근 경북고도 18일부터 외부인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달성군 포산고는 기숙사생 전원을 귀가 조처하고 개학 전까지 학교 일정을 일절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대구에 사는 윤경숙(56)씨는 “전염경로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무서워 당분간 아파트 밖으로 안 나갈 생각”이라며 “서울 사는 자식들에게 당분간 대구에 내려오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했다. 경북 영천시민 정호열(42)씨는 “지금 ‘확진자가 누구다’ ‘어떤 식당에 갔다’ 같은 확인되지 않은 말이 돌고 있는데 정확한 정보를 공개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구시는 시정 운영을 ‘코로나19 대응 비상체제’로 전환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우리 자체 역량만으로 이번 사태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중앙정부 차원의 특별대책반 파견, 필요한 역학조사 및 의료 관련 인력 지원, 음압병실 확보 지원 등을 포함한 행·재정적 지원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대구지역 음압병상은 48개에 불과하고, 역학조사관도 사실상 2명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역 대학병원 응급실 폐쇄도 잇따랐다. 경북대병원과 계명대 동산병원은 전날 밤부터 폐쇄됐다. 경북도는 확진자들이 들른 영천영남대병원 응급실과 새영천경대연합의원, 영천금호의원, 김인환내과의원, 영제한의원을 폐쇄했다. 환자와 접촉한 병원 의료진은 모두 자가 격리하고 새영천약국은 소독과 방역을 실시했다. 37번 확진자가 운영해온 경산의 식당도 폐쇄됐으며 다녀간 손님들을 상대로 접촉자를 파악하고 있다.
대구·안동=김재산 최일영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