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역 비협조로 코로나19 무더기 발생했다니

입력 2020-02-20 04:0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추가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하고 있다. 확진자는 모두 50명을 넘었다. 첫 어린이 환자도 나왔다. 지금까지의 대응 수준을 넘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61세의 대구 거주 31번 환자가 최소 10여명을 감염시킨 첫 슈퍼 전파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기독교가 이단으로 규정한 특정 종교집단 소속인 31번 환자는 지난 7∼10일 오한과 인후통, 고열 증세를 보였지만 의사의 거듭된 코로나19 검사 요구를 거부했다. 이 환자는 17일에야 대구 수성구 보건소를 찾아 검사를 받았고 18일 확진 판정 뒤 대구의료원으로 이송돼 격리 치료 중이다. 하지만 격리될 때까지 열흘 동안 종교 집회에 참석하는가 하면 병원, 호텔 등을 방문했다. 현재까지 방역 당국이 파악한 접촉자는 총 166명이다. 이 때문에 환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마당에 이 종교집단 명의의 내부 공지를 통해 소속 신도들에게 거짓 대응을 종용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유언비어인지 사실인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어 이 종교집단 신도임이 알려지고 상대방이 이 종교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없는 경우 “그날은 예배 안 갔다. 내가 친구랑 놀러 간 날 그 사람이 예배드린 거 같더라. 혹은 거기 말고 난 다른 데서 예배드렸다”고 대응하도록 했다. 신도라는 것이 알려진 경우 집회에 가지 않고 있다고 대응하라는 주문도 있다. 자신이 신도로 의심받을 경우에는 “나랑 관계없음을 확실하게 표시하기”, “나랑 무슨 관계냐? 내가 코로나 걸렸으면 좋겠냐”라면서 역정을 내라는 주문도 있다고 한다. 이 종교집단은 내부 공지를 돌린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만일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면 반사회적 행위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외적 이미지가 훼손당하는 것을 우려해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건 당국은 31번 환자가 다닌 종교시설 전체에 대한 진단검사를 하루라도 빨리 실시해야 한다. 19일 현재까지 이 환자와 관련된 추가 확진자 10여명이 이곳에서 나왔다. 대구시가 CCTV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31번 환자가 지난 9일과 16일 이곳 집회에 참석했을 당시 신도가 모두 100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환자와 접촉했던 사람들에 대한 전면 조사도 당장 실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