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직된 규제 적용 꾸짖은 ‘타다 판결’

입력 2020-02-20 04:02
법원이 타다에 무죄를 선고한 판결문은 한국의 경직된 규제 환경을 질타하는 듯했다. 타다는 ‘운전기사와 함께 제공되는 렌터카’를 표방했지만 검찰은 ‘사실상 콜택시’라고 판단해 면허 없이 불법 택시 영업을 한 혐의로 기소했다. “타다 이용자는 실질적으로 운행을 지배하지 않는 만큼 렌터카 임차인이 아닌 승객에 해당하고, 이동거리에 따른 요금도 여객운송 영업임을 말해준다”는 논리였다. 재판부는 두 가지 모두 배척했다. 타다 이용자는 분 단위로 계약하는 ‘초단기 렌터카 임차인’이라고 봐야 하며, 이동거리에 따른 요금도 최적의 서비스를 위한 방편일 뿐 정체성을 훼손하는 요인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술 혁신을 언급했다. 분 단위로 계약하는 렌터카, 이용 기간 대신 거리에 따라 돈을 받는 렌터카가 나올 만큼 기술이 발전해 달라진 환경을 감안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고전적 이동수단의 오프라인 사용 관계에 기초해 처벌의 범위를 해석하고 확장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며 규제의 경직된 적용을 경계했다.

재판부의 결정을 환영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 규제 적용의 방식도 유연해져야 한다는 판결의 취지를 당국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1년 만에 이용자 170만명의 선택을 받은 신규 서비스에 과거의 잣대를 들이대 불법으로 규정한다면 신산업의 출현과 성장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터였다. 많은 벤처기업인이 재판을 주시하고 있었다. 새로운 시도가 범죄가 되는 상황이 현실화했다면 수많은 아이디어가 다시 캐비닛 속으로 들어가 버렸을지 모른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규제 개혁을 외치는데 현장의 규제는 견고해지는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타다는 당장의 위기를 벗어났지만 국회에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법안이 여전히 계류돼 있다. 이 판결의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산업의 기회를 봉쇄하는 것이 상생일 수 없다. 여당과 국토교통부는 재고하기 바란다. 재판부는 ‘모빌리티산업 주체들이 규제 당국과 함께 건설적 해결책을 찾아가는 출구전략’을 권했다.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의 제도화 방안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