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를 호령했던 세계 최고 미드필더의 현란한 발기술 앞에서 홈·원정 팬 가릴 것 없이 박수를 쳤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 바르셀로나의 중원을 지휘했던 ‘패스 마스터’ 안드레스 이니에스타(36·빗셀 고베)가 수원 삼성과의 2020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G조 1차전에 출전한 19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 늦겨울 한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여파에도 경기장은 이니에스타를 보러 온 관중의 열기에 휩싸였다.
수원은 당초 지난 12일 홈경기로 중국 광저우 헝다와 1차전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19로 순연되면서 2차전인 고베와 홈경기로 2020년을 출발했다. 수원은 지난해 대한축구협회(FA)컵, 고베는 일왕배에서 각각 우승해 ACL에 출전했다.
이니에스타는 스페인 축구대표팀과 바르셀로나에서 패스워크로 상대를 교란하며 대열을 무너뜨리는, 일명 ‘티키타카’의 중심에 있었다. 슈퍼스타 리오넬 메시와 함께 바르셀로나의 프리메라리가 9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회 우승을 합작했다. 2018년 5월 고베로 이적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고베에서 연봉 추정액 350억원으로 최고 대우를 받고 있다.
수원은 2년 만에 복귀한 ACL에서 이니에스타 효과에 힘입어 1만7372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수원의 지난해 평균 관중 수(8841명)보다 2배에 달하는 숫자다. 서울에서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찾아온 박모(17)군은 “이니에스타의 경기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어 기쁘다”라며 즐거워했다. 가족과 함께 수원 유니폼을 입고 입장한 30대 남성 팬은 “이니에스타도 결국 수원이 맞서야 할 상대”라며 경계했다.
경기는 수원의 분패로 끝났다. 경기 종료를 앞둔 후반 45분 고베 공격수 후루하시 쿄고에게 내준 결승골로 0대 1로 졌다. 이니에스타는 고베의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 출전, 세트피스에서 킥을 전담하거나 전방에 스루패스를 찔러 공수를 조율했다. 이니에스타가 전반 24분 수원의 역습을 끊고 드리블로 공을 길게 끌어 위기를 모면했을 때 관중석에서 탄성이 나오기도 했다.
수원=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