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 “금감원과 갈등·이견 없다”

입력 2020-02-20 04:07

은성수(사진) 금융위원장이 금융회사 경영진에 대한 중징계 일부를 금융감독원장이 전결할 수 있도록 한 현행법 체계에 대해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회장(전 우리은행장 겸직)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등의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윤석헌 금감원장의 전결로 이들에게 중징계(문책 경고)를 확정한 데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은 위원장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0년 업무계획’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윤 원장의 전결은) 제재심 위원들 의견을 듣고 윤 원장이 판단한 것이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다. 맞다 틀리다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장의 중징계 전결권 행사가 과거부터 자주 있었다면 이미 공론화됐을 것”이라며 “한두 달 새 다시 생길 문제는 아니니 생각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금융회사 경영진 징계는 주의부터 주의적 경고, 문책 경고, 직무 정지, 해임 권고 순으로 강도가 세진다. 문책 경고 이상부터 중징계로 분류되며 연임 및 3년 이상 금융회사에 재취업할 수 없다. 금융지주회사법이나 자본시장법 등은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는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이번 DLF 제재심에선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이 준용됐고, 손 회장과 함 부회장에 대한 문책 경고가 금감원장 전결로 확정됐다.

은 위원장은 손 회장의 ‘불복 소송’ 가능성에 대해 “우리금융 이사회와 주주의 결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선 “금감원과 상환 계획 적절성 등을 살펴볼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방관하거나 책임 회피를 하지 않았다. 금감원과 이견이나 갈등이 있다는 지적도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금융위는 이날 혁신금융과 금융소비자 보호 등을 골자로 한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먼저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제정을 통해 DLF 사태와 같은 금융상품 불완전판매에 대해 금융회사 수입의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물리는 방안 등을 추진한다. 금소법은 지난해 11월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하고 현재 국회 법사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은 위원장은 “이달 임시국회에서 금소법 제정안을 비롯해 인터넷전문은행법, 특정금융거래보고법 개정안이 꼭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빚 독촉 연락 횟수를 제한하는 ‘추심총량제’ 등과 연체자의 채무조정교섭권을 보장하는 내용 등을 담은 ‘소비자신용법’(가칭) 제정도 추진한다.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경우 더 많은 사고부담금을 내는 방향으로 자동차보험도 개편한다. 사고 수리비가 비싼 차량에 대해선 보험료를 올리는 등 보험료 할증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대비해 새로운 보험상품 개발도 추진하기로 했다. 실손의료보험도 의료 이용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는 방식으로 개편한다. 실손보험금 청구 절차도 현재보다 더 간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